임산부 철분제 언제부터? 빈속에?
나는 평소 영양제를 잘 챙겨 먹지 않는 편이다.
의사마다, 연구 결과마다 말이 다를뿐더러 영양제를 먹는다고 해서 딱히 몸이 좋아진다는 체감을 못 했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몸에 좋은거 하나 더 제대로 먹지 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임신은 달랐다.
'아이'를 위해서는 먹게 된다. 일단은 나라에서 권장하는 필수 영양제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임신 6주 차 무렵부터 엽산을 먹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임신확인서를 받아 지역 보건소에 가면 엽산을 무료로 준다. 다행히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지만, 입덧이 워낙 심했던 터라 무언가를 챙겨 먹는 행위 자체가 일처럼 느껴졌다. 초기에는 하루 15시간씩 잠이 쏟아져 엽산 복용을 놓치는 날도 있었다.
사실 엽산은 임신 전부터 먹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준비 기간에도 따로 챙기지 않았다.
문득 친언니 생각이 난다. 언니는 30대 초반에 두 아이를 가졌을 때 엽산은커녕 일체의 영양제 없이도 건강한 아이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다. 하지만 내 나이 마흔, 언니의 사례만 믿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교과서에서 말하는 12주까지 엽산 한 통을 비워냈고, 13주 1일 차가 되던 날 복용을 멈췄다.
16주가 되면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준다.
중기로 완전히 접어들며 입덧은 사라졌지만, 대신 '핑-' 하는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상체가 절로 숙여질 만큼 아찔했다.
임신 기간 내 절친인 AI에게 물어보니, 중기에는 혈액량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적혈구 수치가 혈장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빈혈 증세가 생긴다고 한다. 이때 철분이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시중에는 오메가3, 칼슘, 각종 비타민 등 임산부 영양제가 넘쳐나는데, 왜 나라는 '엽산과 철분'만 무료로 배급할까?
정말 필수적이라면 병원에서 진작 처방해 주지 않았을까?
결론은 단순했다.
나라에서 엄선해 지원하는 이 두 가지만큼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입증되어 효과가 크기에 웬만하면 챙겨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중기에 접어들며 살이 너무 많이 빠진 것이다. 초기에는 얼굴이 좀 상해 보일 뿐 티가 안 났지만, 이제는 내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내 살과 근육에서 떼어가는 게 느껴질 정도다.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임산부의 체중 감소는 조산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영양제라도 보충해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그래서 현재 16주 차, 나의 영양제 루틴을 재정비했다.
아침 공복: 철분제 + 비타민 C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오후 5시 저녁 식사 후: 칼슘 + 멀티 비타민 (소화 불량을 방지하기 위해 일찍 복용)
철분제와 멀티 비타민에 포함된 소량의 엽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엽산도 계속 섭취 중이다.
중기의 엽산은 혈액 생산을 돕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특히 칼슘은 아기가 아닌 '나'를 위해 챙긴다. 아기는 엄마의 뼈에서 필요한 칼슘을 가차 없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내 피와 살, 뼈를 내어주며 아이를 품고 보니 엄마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엄마는 대체 이걸 어떻게 견뎠을까?' 머리로만 알던 상식이 경험으로 치환되는 순간, 진심 어린 감사가 터져 나온다. 나는 엄마의 몸에 기생하며, 엄마를 갉아먹으며 세상에 나왔구나.
요즘은 세상의 모든 엄마가 위대해 보인다.
임신과 출산을 거쳐온 엄마라는 이름의 모든 여성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는 것을,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추가:
16주 7일차
철분제를 먹고, 6일만에 변비가 생겼다.
변이 딱딱해지고 변을 보는게 힘이 든다. (임신전에는 변을 매일 규칙적으로 봤다. 변비는 경험하지 못했음. 입덧기간에는 많이 먹지 못해서 변을 보는게 규칙적이지 않았지만, 중기가 되면서 변을 규칙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철분제를 먹고 난 뒤 변이 딱딱한 증상이 생겼다. 해당 철분제 자체가 효과는 크지만, 1일치 필요 기준치 보다 훨씬 더 많은 철분이 들어있는 만큼 해당 철분제를 3일에 한번씩 먹는것으로 내일 부터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칼슘제도 변비를 만들기에 칼슘제 복용도 당분간은 중단을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