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고요? 엄마 울리는 기형아 검사

40에 첫 임신 - 임신 후 처음으로 오열하여 눈물 흘린 이유

by 데이지

임신 19주 차 3일,


이제 지옥 같았던 입덧에서 해방되어, 조금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

문자 하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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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 소식을 알리는 문자였다.


조금의 비용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보건소에서 1,2차 기형아 검사를 실시했었다.

보건소에서 문제가 있으면 따로 문자를 준다고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속으로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평온했던 하루가 그 문자 한 통에 완전히 뒤집혔다.


그 무시무시한 단어인 '기형아검사'에서 고위험군이란 두 단어가 나를 멘붕에 빠트렸다.

손이 덜덜 떨렸고, 보건소와 병원에 검사 문의를 하면서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내 입 밖으로 나오는 문장은 하염없이 엉망으로 만들어져서 튀어나왔고, 심장이 떨려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보건소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세한 검사 결과는 개인정보로 인해서 반드시 방문하거나, 병원에 팩스로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사에 대한 설명은 병원에서 의료진과 상의하라고 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조금의 비용을 아끼려고 보건소에서 기형아 검사를 실시한 내 선택을 후회했다.



급하게 남편에게 알린 뒤,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으로 알게 된 사실,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을 받으면 주로

1) 니프티 검사

2) 양수검사

3) 아무것도 하지 않음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고 한다.


니프티 검사는 피만 뽑아서 검사하는 단순한 검사다.

그러나 염색체 질환이 맞다, 아니다, 확진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선별검사라는 단점이 있다. 장점은 아주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비용이 55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다양했다(병원마다)


양수검사는 맞다, 아니다를 100프로 진단해 낸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은 자궁에 바늘을 꽂아서(초음파를 보면서) 양수를 채취하는 검사였다. 즉, 유산의 위험이 존재한다. 비용은 빠른 결과를 원하면 대략 100만 원 정도였다.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는 니프티나, 양수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다른 곳으로 알아보았지만,

하필!

시기가 설날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서 근처 병원들은 전부 다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의사를 만나는 것도 그날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늘이 무너지는 하루를 견뎠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다음날이 되었고, 조금이라도 유명한 산부인과를 가기 위해서 다른 지역에 있는 산부인과로 아침 일찍부터 출발했다.




그날 오전 10시,

유명 산부인과 원장님과 대화를 나눈 뒤 더욱더 극심한 심리적인 갈등에 빠졌다.

나는 태아에게 해가 전혀 없는 유산의 확률이 1도 없는 니프티 검사를 받고 싶었는데, 원장님은 강하게 양수검사를 추천하였다.

초음파상으로도 아이의 구조상의 형태를 보고 판단할 수는 없냐고 하니, 초음파 상으로 잡아내기는 어렵고, 그걸 원한다면 더 좋은 기구와 더 경험 많은 교수들이 있는 대학병원을 가라는 말을 들었다.



내 기형아 검사의 고위험군 수치는 바로 1: 380이었다(컷오프 495)

양수검사가 100프로 안전하다면 양수검사를 그 자리에서 당장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장님은 양수검사에서 유산이 될 확률이 5프로라고 말씀하셨고(검색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치로 말씀하심), 100명 중에 5명은 유산할 수 있다는 그 숫자에 덜컥 겁이 났다.

그 5프로가 혹시나 내가 되면 그건 5프로가 아니라, 나에게는 100프로인 것이다.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양수검사를 하기가 너무나 겁이 났다.



원장님이 양수검사를 강력하게 추천하신 이유는 바로 내 임신주수였다.

이미 내 임신 주수는 19주인 만큼 명절이 껴져 니프티 검사를 하게 되면 결과를 받는데 2주일 정도 소요 되고, 만약 니프티에서도 고위험군이 뜨게 되면 그때는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 양수검사를 하면 또 1,2주가 소요되어 주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혹시나 다운증후군 확진을 받게 되면, 그때는 계속 품을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품지 않겠다고 결정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는 말씀이었다.)



원장님은 낙태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발음하진 않았지만,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 번졌다.

나는 두려움을 덜기 위해 아침부터 달려온 병원에서 더욱더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병원 로비에 앉아 2시간 30분을 남편과 고민하다, 결국 하루를 더 고민해 보기 위해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남편의 품에 안겨 꺼억 꺼억 울었다.

살면서 그렇게 큰 두려움에 휩싸인 적은 처음인 거 같다.

남편을 붙잡고 매달렸다.

남편을 안고 있어도 외로웠다.

"나 혼자서 망망대해에 작은 보트를 하나 타고 떠다니는 기분이야. 너무 무서워. 제발 나 혼자 있게 두지 마."

남편의 눈에도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동안 참았던 뜨거운 눈물이 남편의 두 볼을 타고 흘렀다.

아이가 내 뱃속에서 꿈틀거렸다.

5달을 내 배에서 품었던 내 한 몸과 같은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세상이 붕괴 되는 것 같았다.



그날 하루 종일 남편과 기형아 검사의 수치를 공부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니프티 검사를 선택하는 쪽으로 기울였다.


1. 기형아 검사는 확진검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선별검사인데, 이 선별이란 것도 확률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2. 내 수치는 380이었는데, 이 말은 나이, 혈액수치, 주수 등을 반영해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주수의 사람들의 명중에 1명은 다운증후군아이를 출산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확률로 바꾸면

다운증후군일 확률 ≈ 0.26%

아닐 확률 ≈ 99.74%


나는 다운증후군이 아닐 확률이 99프로가 이상인데도, 그럴 확률인 0.26프로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기형아검사 고위험군'이란 단어로.


많은 산모들이,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나오면 지금도 유산의 위험이 있는 '양수검사'를 선택한다.

내가 알아본 곳들은 대학병원을 포함하여 병원에서 양수검사를 가장 많이 추천하는 것 같았다. (대학병원에 전화로 예약 잡기 위해 여러 군데 전화했지만, 저희 병원 교수님은 양수검사를 권하세요 라는 답을 받았다)



다음날, 대학병원으로 갔다.

대학병원을 가도 달라질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다른 의사의 교차 의견이 듣고 싶었다.

정말 운이 좋게 대학병원에 예약이 되었다.



대학병원 교수님은 내가 들고 간 기형아 통합 검사 수치와, 초음파를 통해서 본 아이의 구조를 판단하여, 니프티를 추천하였다.

초음파상으로는 다운증후군을 다 선별할 순 없지만, 심장이나 콧뼈, 팔의 길이등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는데, 초음파상 어떠한 구조적인 이상도 발견되지 않아 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날아갈 것 같았다.

혹시나 불안하면 니프티 검사를 받고, 니프티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면 마음을 놓으라고 하였다.

초음파실에서 아기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진료실을 나서면서 마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아이가 초음파상 구조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말 자체가 너무나 너무나 감사했고, 교수님을 안고 뛰고 싶을 만큼 행복했고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양수검사가 아닌 니프트 검사를 받았다.





현재 결과는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지옥 같았던 마음이 정리되었다.

기형아 검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니, 검사지의 의미를 몰랐던 과거처럼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고위험군(40세의 산모)이자, 기형아 검사지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을 받아 든 산모로, 말하고 싶다.




1. 기형아 선별검사는 바뀌어야 한다. 니프티를 1차 검사로!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니프티(NIPT)를 임신 초기의 1차 선별검사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모든 임산부가 NIPT를 첫 검사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국가마다 의료 시스템이 달라 기존 혈청 선별검사와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네덜란드

국가 산전검사 프로그램 안에서 선택 가능

대신 국가 시스템 안에서 공식적인 “1차 선별검사 옵션”으로 인정되어 있음


한국과의 차이

한국: 비급여(50-80만 원까지), 개인 선택 검사 느낌이 강함

미국/네덜란드: 제도 안에 들어와 있어서 접근성이 더 높음


현재 나라에서 1차 검사로 제공하는, 보건소에서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통합 기형아 선별검사는 위양성이 높다 - 즉, 고위험군이 아닌데 고위험으로 분류하게 된다.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걸 줄이게 되면 산모가 불필요하게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산모는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취약한 존재이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나라에서 굳이 줄 필요가 없다.

특히 세계 1위 저출산율을 가진 한국에서, 산모에게 이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구조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나처럼 35세 이상의 산모들이 점점 많이 지는 추세에, 해당 기형아 통합검사를 꾸준히 유지하는 걸 재고해야 한다.

특히 다운증후군은 산모의 나이가 위험도 계산에 크게 반영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기본 위험도가 높게 시작되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기형아 통합 검사는 두 번의 채혈을 진행하지만, NIPT는 한 번의 채혈로 훨씬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모의 육체적 부담과 심리적 부담을 모두 줄여줄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1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은 많은 산모들에게 큰 장벽이다.
앞으로는 산모들이 검사 선택에 있어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나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2. 두 번째는, 이름이다.



기형아 검사라는 말 대신 '산전 선별검사', 혹은 '염색체 선별검사'로 바뀌어야 한다.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산모들은 눈물부터 터진다.

마치 우리 아기가 이미 기형아로 확진된듯한 느낌을 받는다.


영국 NHS에서는,

→ prenatal screening
→ Down syndrome screening


미국에서는,
→ aneuploidy screening
→ genetic screening


즉, 기형아와 같은 “abnormal baby test”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다.


기형아라는 단어에서 주는 공포심과 낙임감을 왜 보호받아야 하는 산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바뀌어야 한다.


이 부분은 영국에서는 언어학자들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이 부분이 부족한 것으로 느껴진다.





3. 마지막으로는 해석하는 방법이다.



기준수치(컷오프) 보다 작거나 높으면, 딱 두 가지로만 분류한다.

"고위험군" vs "저위험군"

고위험군이란 말 대신, 다른 말을 써야 한다.


“고위험군”이라는 표현은 실제 의미보다 과도한 불안을 줄 수 있어,
“추가 검사 권장군” 또는 “강력한 추가 확인 필요군”과 같은 표현이 더 적절하다.


"기형아 고위험군"

두 단어만 봐도 산모들은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실제로 자신의 이름밑에 그것이 달려 있으면, 산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하지만, 실제 산모들이 봐야 하는 것은 '숫자'에서 주는 데이터이다.

NIPT 정상이라면 나 같은 경우에는 다운증후군 출산확률이 0.01% 이하로 떨어진다.

양수검사로 유산할 수 있는 확률보다 훨씬 낮다.

양수검사의 1% 위험은 ‘설마 나에게 일어나겠어’라고 선택하지만, 왜 니프티의 극히 낮은 오류 가능성은 더 크게 느껴질까?




4. 양수검사는 마지막 선택지어야 한다.


양수검사는 확진이 가능한 중요한 검사이지만, 침습적인 검사인만큼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지막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물론 일부 산모들과 의료진은 NIPT가 100% 정확한 검사가 아니며, 만약 니프티(NIPT)에서 고위험 결과가 나오면 결국 양수검사를 다시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양수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통계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내 경우에는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확률이 0.26이었고, 양수검사로 유산을 할 확률은 산부인과 원장님의 말에 의하면 1에서 5프로였다.

그렇다면 숫자적으로 접근하면 양수검사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훨씬 커지는 것이다.





기형아 통합검사 검사 결과를 겪으면서, 입덧과, 소화불량, 임신으로 인한 육체적 변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포심.

두려움.

보호받아야 하는 산모가, 나라가 선택한 선별검사로 인해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리고 이것을 한번 경험한 산모는 둘째를 출산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진다.


저출산 사회에서, 35세 이상의 산모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

우리가 꼭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다.




-다음편-

니프티 검사결과 후기: https://brunch.co.kr/@66081229a49a43d/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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