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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 종 연구원 Mar 05. 2024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그런 거 없는 것 같다.

몇 년 동안 가슴 뛰는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영상도 찍고, 마케팅 업무도 해보고, 글도 쓰고, 물건도 팔고, 스포츠도 하고 기타 등등.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든 생각은. 놀랍게도. 세상에 좋아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여러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것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냥 반복하는 게 할 만 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드라마틱하게 가슴 뛰는 일은 아니었다. 하는 동안 잠깐 잠깐 재미가 있긴 했지만 매일 하다보니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대해 전문가가 돼 간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진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이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두근두근 거리는 것은 이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기대’란 예측할 수 없는 대상에서 나온다. 처음 자기 학생을 받은 선생님은 이에 대해 두근거릴 것이다. 선생님 업무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만 10년 본 선생님은 새로운 아이들을 받을 때마다 두근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선생님이 열정이 없는 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신입 보다 더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수 있다. 관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성에 안 맞으면 관성대로 못 간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설적으로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데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 그냥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재미를 얻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그게 좋아하는 일 같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에 대한 허들을 좀 내릴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일’이 아닌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몇가지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 조던 피터슨 강연 중에 이런 영상이 있다. 한 학생이 “목표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 물었고. 그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 옛날에는 이 말이 이해가 안 갔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목표가 없다고 하는데, 대뜸 일단 하지 말아야 하는 일 하지 말고, 해야만 하는 일이나 하고 와! 라고 하는데? 그런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얼추 이해가 된다.


정신의학을 하는 사람들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어디가 아픈가요?’가 아니다. 세 끼 꼬박꼬박 먹고 잠을 제때 자냐는 것이다. 한 상담 심리학자는 잘 먹고 잘 자면 정신 건강에 80%는 채운 것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 건강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기본적인 것을 먼저 채우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주변 환경도 제어하지 못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려고 하면 탈이 난다. 따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한다면 자기 주변의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제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거짓말 하지 않고, 방청소 하고, 운동 하고, 문란하지 않게 행동하는 등의 일 말이다.


사실 그것만 잘 해도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나가려는 사람을 위해 둘째부터는 실천적인 팁을 준비했다.


둘째,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 무언가를 배우러 원데이 클레스를 나가보는 것도 좋고.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 배드민턴과 같이, 같이 하는 스포츠를 해도 좋고, 대학생이라면 동아리에 가입해도 좋다. 어쨌든 간에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글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우리 삶에는 운적인 것이 너무 많고 우리 의도대로 삶은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것은 랜덤한 이벤트 양을 늘리는 행동이다. 어쩌다보니 새로 만난 사람과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을 따라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새로운 스포츠를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사람을 만나 랜덤한 이벤트 양을 늘리다 보면 어쩌다가 하나 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얻어 걸릴 수 있다.


두번째는 박람회를 가보는 것이다. 코엑스나 킨텍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매 달 다양한 분야에 박람회를 하고 있다. 그 중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있고 미리 예매하면 무료로 입장 가능한 것도 있다. 박람회에 특성상 관심 분야의 최신 동향과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건축 박람회라고 한다면 건축 공구, 벽돌, 설계, 인테리어까지 전부 볼 수 있다. 심지어 궁금한 게 있으면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 관심 분야에 대해서 더 깊게 알 수 있으니 더더욱 좋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 그 분야에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면 박람회를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신 유행 부터 그 분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된다.


(안 읽어도 되는 조금 구체적인 팁: 보통 중앙에 존재하는 부스들은 그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들이다. 따라서 중앙을 먼저 둘러보고, 외각 쪽에 있는 부스들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박람회 첫날에는 그 부스에 책임자가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도 적기 때문에 깊은 정보를 원한다면 첫 날 부스에 들어가서 물어보자.

만약 무언가 살 목적으로 부스를 찾아간다면 박람회 마지막 날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부스 진행자들이 재고를 다 팔고 가야해서 가격을 인하해서 판매한다. 만약 샘플이 필요하면 그냥 하나 달라고 해라. 판매 수익 보다는 홍보차 온 기업들이 더 많다.)


셋째, 안 해본 일을 시도해 봐라. 사람은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자기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일이 생각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일 수 있다. 나는 내가 글 쓰는 일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해보니깐 생각보다 할만 하다.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할만 하다. 먹을 것도 그랬다. 내가 단 맥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 우리가 우리를 대할 때 타인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궁예가 아니다. 따라서 타인을 판단할 때 그의 의도 대신 그의 행동을 본다. 자기 자신을 대할 때도 일정정도 그런 식으로 봐야 한다. 내 행동을 보고 생각을 판단하면,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시간이 많이 안 필요하면 한 번 해보자. 성공하면 좋은 거고 아님 마는 일 아닌가?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부담 갖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기준으로는 적당히 하고 안 되면 그만 둬야지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부담도 이미 큰데 부담을 늘려 좋을 게 하등 없는 듯 하다. 


할 때 마다 가슴 뛰고, 좋아 죽겠는 일은 없다. 있다면 진심으로 축하한다 적어도 나는 본 적 없는 경지이다. 만약 항상 가슴 뛰는 일이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을 접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며 하나씩 좋아하는 일을 찾아봤으면 한다. 


다음 번에는 의지가 평균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사람을 위해. 도파민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그냥 팁이다 드라마틱한 상승을 기대하고 본다면, 부담되니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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