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환경에서 소비
탐정들은 범행현장에 실제 있지도 않았으면서, 사건 현장에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을 추리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을 파악하면 우리도 탐정처럼 인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갔다 왔다. 박람회 내부에서 가지각종의 물건들을 볼 수 있었다. 가구, 인테리어 소품, 주방용품, 음식, 데크(인공 구조물) 등등. 정말 다양한 제품이 있었다. 심지어 같은 용도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디자인이 다르거나 기능면에서 조금 다른 제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렇게나 다양한 물건들을 보면 들었던 생각은 ‘본질’의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었다.
‘본질’의 시대는 끝났다.
위의 사진은 박람회에서 본 덤벨이다. 만약 본질만 생각하고 덤벨을 만들었다면 굳이 덤벨을 이렇게 고급품처럼 만들 필요 없을 것이다. 무겁고, 들었을 때 손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만들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처음 진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기능만 생각해서 물건을 만들면, 곧바로 중국 대량 생산 업체에 밀려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덤벨업체는 덤벨의 고급화를 생각해 냈다.
위의 칫솔은 자석에 붙일 수 있는 칫솔이다. 칫솔에 본질적인 기능 ‘이빨을 잘 닦을 수 있음’을 가지고 있는 기성품은 시장에 이미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회사는 칫솔의 본질과 조금 떨어져 있는 기능을 덧붙인 것이다. 이 또한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생각해 볼 만한 생각으로 보인다.
선진국이 되기 전 한국은 물건의 본질 그 자체에 집중한 제품들을 생산해 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들을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같은 나라와 가격을 통해 경쟁하려는 시도는 무식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다른 제품들과 경쟁을 해야 할까? 본질적인 기능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꼭 엄청난 것을 추가할 필요 없다.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도 좋으며, 고급화 전략을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제품에 대해 얘기했다고 제품에만 이야기를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무형의 서비스 또한 같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들은 이미 ‘기능’ 중심의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람이다. 따라서 소비자(학생, 손님)에게 어떤 것을 제공할 때, 꼭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이유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기능은 이제 기본이다. 이미 높아진 눈높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