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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 종 연구원 Mar 07. 2024

과음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융과 조던 피터슨 신의 개념 입문 강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대단히 이상한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어제 과음한 이유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행하는 바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동물은 도대체 자신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기 위해,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이라는 학문까지 만들어서 이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중 괄목할 만한 발견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발견일 것이다.


무의식 개념이 너무 일반화 돼서, 이 발견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충격적인지 아는 게 힘든 것 같다. 무의식에 의해 우리 행동이 제어된다는 말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인간이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무의식이라는 게 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무의식을 프로이트는 감정이 억압된 쓰레기장 정도로 봤지만, 융은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융은 무의식을 인간이 36억 년 동안 쌓아 올린 일종의 패턴이라고 생각하고,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밖에서 일하고 돌아올 때 치킨을 사 오는 아버지나, 따듯한 된장찌개를 끓여주시는 어머니의 이미지 같은 것이 그렇다.(현대에 와서 이러한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원형에 대해 설명 중이니 잠시 이런 생각을 접어두자.)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한 세대에 걸쳐 적립된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꾸준하게 적립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적립된 이미지, 패턴들을 융은 집단 무의식이라고 불렀다.


또한, 융은 인간의 집단 무의식이 꿈을 통해 표현된다고 봤다. 꿈을 우리의 무의식을 비춰주는 일종의 영화관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런데 이 꿈을 분석하다 보니 그 형태가 놀랍도록 신화와 비슷했다.


만약 신화가 무의식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면, 신화란 인간이 지금까지 자신들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패턴을 기록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신화 중 가장 오래된 성경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무의식을 탐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진은 성경의 한 이야기가 성경 내부에서 다른 이야기를 참조한 것을 시각화한 것이다. 성경 하이퍼링크를 시각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성경은 500개 이상의 이야기를 엮은 하나의 책이다. 즉, 한 명에 의해 쓰인 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에 의해 쓰이고 편집된 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경의 2장은 1장 보다 더 오래됐다. 하지만 설명을 위해 그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조던 피터슨은 이 성경이 합쳐지고 편집된 과정을 부족이 합쳐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A라는 부족에서는 a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고, B라는 부족에서는 b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두 부족이 전쟁을 한다면 이긴 원칙만 남겠지만, 두 부족은 싸움보다는 화합을 선택했다. 그런데 a라는 원칙과 b라는 원칙이 충돌하게 됐다. 따라서 a와 b의 상위 원칙인 c를 만들어내어 원칙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 것이 성경이라는 것이다.


즉, 성경이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원칙이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인간 역사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은 분석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의식의 개념과 무의식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신화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다음부터는 이러한 베이스를 바탕으로 성경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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