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만 4세)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네 살 때부터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를 간간히 했지만 너무 어려서 내년부터 하자고 했었는데,
막상 다섯 살이 되자 “아직 준비가 안 됐어. 태권도 형님이 되면 할래"라고 말했다.
‘태권도 형님’이란 무엇일까?
아이 마음속엔 ‘태권도를 할 수 있는 형님의 나이’가 따로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그냥 “네가 하고 싶을 때 말해”라고 했다.
그리던 어느 금요일,
유치원 체육시간에 하키를 배웠다며 (놀이터에서 스틱으로 공 치는 놀이를 한 듯하다)
신나서 하키 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던 아이는
갑자기 태권도에 가고싶다고 했다.
옳거니하고 바로 집 근처 태권도장에 전화를 돌렸고
그 중 한 곳에 체험 수업을 예약했다.
주말 내내 태권도 가는 날은 언제 오냐, 몇 밤 자면 태권도를 갈 수 있냐 졸라대다가
드디어 태권도 가는 날이 왔다.
유치부 중 가장 어린 아이는 6세라고 했다.
도복을 입고 흰 띄를 매고 형아들 사이에 서 있는 우리 아이는 그저 영락없는 아기였다.
몸풀기 게임을 할 때는 제일 느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했다.
유치부/초등부 형아 누나들이 챙겨주며 게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걱정이 많은 나는
'적응 잘 할 수 있을까, 이미 친해진 애들 사이에서 소외감 느끼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이는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당차게 도전하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도전하기 전에 걱정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도 실망하지 않기 위한 마음의 완충제였을 것이다.
“잘 안 돼도 어쩔 수 없지.” “못 할 수도 있지.”
그렇게 처음부터 힘을 빼고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 태권도장 처음 간 아이에게 한 수 배웠다.
아이는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즐겁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너무 즐거웠다고, 매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이제 우리 아이처럼 단순하게, 즐겁게, 묵묵히 부딪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