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라는 책에서 말하길 조지 오웰의 책 중 총상을 입은 사건을 기술하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조지 오웰은 “총알에 맞은 경험은 아주 흥미롭기 때문에 자세히 묘사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라고 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부상조차 노련한 작가의 자세로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끝에 그는 죽음을 예상하며 이런 말을 떠올린다. “생각해 보면 결국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세상이었다.”라고 말이다.
조지 오웰은 전쟁 속에서 공포와 무기력감을 느낄만한데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써 내려갔다. 총에 맞고도 글로 쓸 생각에 들떠있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보면 정말 별게 다 글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나 또한 에세이를 쓸 때 정말 사소한 것부터 조금 특별한 경험까지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썼다. 갑자기 병에 걸려 아팠던 일, 그로 인해 달라진 사소한 변화가 일상에 미쳤던 일화들, 그리고 일터와 가족으로부터 행복을 느꼈던 일 등등 정말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썼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경험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책갈피를 꽂아둔 듯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고 위로와 공감을 남겨주시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됐다. 덕분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얼마 안 되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브런치 제안하기를 통해 잡지 기고 제안을 받아 펄쩍펄쩍 뛰었더랬다. 그리고 이번에는 샘터에 투고했던 글이 채택되어 또 한 번 잡지에 실리게 되었다. 작은 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나는 글을 쓸 때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기보다는 잘 쓰고 싶다는 강한 마음 하나로만 써왔다. 독후감을 쓰든 리포트를 쓰든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든 말이다.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느낄 정도로 글의 재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을 쓸 때 내게 중요한 건 재능이 아닌 쓰고 싶은 마음 단 하나였다. 그러니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용기 내어 썼으면 좋겠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것들을 모조리 꺼내다 보면 잘 꺼내는 요령이 생기기도 하고 실력도 조금씩 늘어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보다 더 즐거워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