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받은 듯 주는 마음에 대하여

세 사람에게 남는다

by 보보

무언가를 받은 듯 준다.

우리 어머니는 먼저 받은 듯 주는 사람이다.

머니의 안에는 얼마나 많은 마음이 있기에 그리도 쉬이 나눌 수 있는 걸까 생각한다.


반찬을 만들면 자연히 이웃집도 함께 떠올리는 사람.

식사 전인지 확인한 후 빈 찬통에 갓 만든 나물 반찬,

빨간 진미채 볶음 담고 국을 하는 날이면 남는 냄비 찾아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 가득 담아 건네준다.

뜨겁다며 조심히 건네주는 손.


옆집 아이가 이쁘다며 액세서리 좌판에 멈춰 선다.

분홍색을 살지 노란색을 살지 고민하며 예쁜 리본 핀을 세트로다 사버린다.


지난번 주신 딸기를 아이가 너무 맛있게 먹더라며 영상을 보여주는 날이면 친할머니라도 된 마냥 뿌듯해한다.

그 영상 나도 봤는데 오물오물 자그만 입으로 자기 입보다 배는 큰 딸기를 어찌나 야무지게 먹던지. 정말 신기하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온 ‘1’을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 어떻게든 잘게 쪼개고 쪼개 ‘0.1’로 만들고 만다.

근데 그게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어머니는 왜 자꾸만 퍼주려 하시는 걸까?

내가 어머니 나이가 되면 알 수 있을까.

어머니는 늘 무언가 먼저 받은 듯 준다.

어렴풋 스쳐 지나가듯 한 말이 기억난다.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냉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지만 다정과 같은 따뜻함은 세 사람에게 남는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


나는 오랜 시간 어머니의 나눔을 지켜보며 먼저 주는 것을 꺼리지 않으려 하게 됐다.

아끼고 아끼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주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준다는 건 동시에 내가 받는 것이기도 하다.


‘예쁜 마음 덕분에 일찍 철이 들어서 늘어난 요리 솜씨.’


한국기행을 보던 중 흘러나온 따뜻한 내레이션이다.

어머니가 김치 만들 준비를 해두고 출근하시면 퇴근 후 어머니가 힘드실까 초등학생이던 사장님이 김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예쁜 마음'이라는 단어의 울림이 좋다.

일찍 철이든 것이 마냥 안타깝고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어머니 또한 누군가에게는 오지랖으로 표현되는 그 마음의 본질은 '예쁜 마음'이었다. 예쁜 마음은 늙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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