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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Oct 19. 2022

1-1. 배우자의 가족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동화로 읽는 법률 인문학

시댁과 시누이만 챙기는 백조왕자들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는 아내들. 

배우자의 가족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야기 읽고 오기>

1. 우애가 독, 시댁과 시누이만 챙기는 백조왕자들 (brunch.co.kr)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의 가족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A씨는 결혼할 때 시부모님이 아파트를 사 준 경우였는데, 시부모님은 아끼고 아껴서 이들에게 아파트를 사줬다는 생각에 그 아파트가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아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느낍니다.) 미리 연락도 하지 않고 아파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불쑥 찾아왔다고 합니다. 


시부모님이 집에 와서 인사만 하고 가면 좋았겠지만, 화장실 문을 열어 보고 ‘왜 변기 청소를 안했냐’ 한 마디, 냉장고를 열어 보고 ‘유통기한 지나도록 안 먹고 뭐했냐’ 한 마디, 밥이라도 차려 드리면 ‘반찬이 적다’ 한 마디. 이렇게 참견을 해대시자 참다 참다 남편에게 제발 미리 연락 좀 하고 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시부모님은 며칠 안 오시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을 불쑥 찾아오는 것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부부싸움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는 남편이 ‘불쌍한 우리 엄마한테 그만 좀 해’라며 화를 내고 집을 나가 버렸고 그 길로 이 A씨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됩니다. 


또 다른 B씨의 경우, 우연히 시어머니와 동서가 본인의 뒷 담화를 하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이 상해 버렸는데 한 번 마음이 상하니 시어머니와 동서의 모든 행동이 더 싫더랍니다. 안 그래도 미운 남편인데 그 가족까지 미운 짓을 하니 남편이 더 밉게 보이겠죠? 그렇게 불만이 쌓여가다가 이혼을 하게 됩니다. 


몇 개의 사례를 말씀드렸지만, 배우자의 가족 문제는 이혼을 고민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인데, 법에서는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요? 



우리 법은 이혼 사유로 6개를 정하고 있습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만약 상대방의 가족이 나에게 욕을 하고, 때리는 경우. 즉 폭행이나 모욕을 하는 경우라면 3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은 “가정불화의 와중에서 서로 격한 감정에서 오고 간 몇 차례의 폭행 및 모욕적인 언사는 그것이 비교적 경미한 것”이라면 3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로 흥분한 가운데 욕과 폭행을 주고받았고, 또 그것이 상처를 남길 만큼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면 3번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3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가족이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욕을 했다거나 때렸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이에 대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갈등은 상대방의 가족이 본인에게 직접 욕을 퍼부었다거나, 때렸다는 이유로 발생하기보다는 백조왕조의 사례처럼 남편이 시댁에만 신경을 쓴다든지, 시부모님이 서운한 말씀을 한다든지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6번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는데요. 법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들(정확히는 판사)이 봤을 때 계속 부부로 있으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드는 사유라면 다 6번에 해당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백조왕자가 끔찍이 동생 엘리자를 챙기고, 형제들에게 사랑을 퍼부어 주었고 그것이 질투가 나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그것만으로 ‘계속 부부로 있으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백조왕자가 계속 엘리자를 비롯한 형제들만 챙겨서 아내가 틈틈이 불만을 이야기했음에도 백조왕자가 아내의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고 이로 인해 부부싸움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백조왕자가 계속 아내와 자식을 팽개치고 형제들 편만 드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남들이 봤을 때 ‘계속 부부로 있으라고 하는 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배우자가 형제, 자매, 부모님을 끔찍이 사랑하고 챙긴다는 이유는 이혼사유로 부족합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고 서로 고쳐보자고 이야기하는데도 이를 경청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갈등만 계속된다면 그것은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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