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지런한 자들을 위한 노다지

by 초린

자칭 타칭 미니멀리스트라 불리는 나는 안 쓰는 물건은 쌓아두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생각을 그리 믿지 않는 편이며 물건이 쌓여있는걸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나 sns에 나오는 미니멀리스트보단 절대적으로 물건이 많은 편이지만 소비와 처분의 균형을 잘 이루며 간소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의 남편과 막 동거를 시작했을 때, 남편의 자취방에서 첫 살이를 시작했다. 물건이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았지만 내 눈에는 들춰보면 쓰지 않는 물건들이 산더미였다. 마침 백수였던 나는 그다지 큰 집도 아닌 곳에서 속속들이 안 쓰는 물건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건 주인에게 하나씩 쓰는 것인지 쓸 것인지 여부를 물어보며 당근~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안 쓰는 새 물건도 많았고, 몇 번 쓰다 만 것도, 많이 써 사용감이 있는 것들도 있었다. 남는 게 시간이었던 지라 사용감이 많은 물건들은 세척해서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갑은 두둑해지고 당근 온도는 쑥 올라 50도가 훌쩍 넘게 되었다. 그 많은 물건들을 내다 팔면서, 이건 분명 노다지임에 틀림없다 생각했다.

안 쓰는 물건, 상태가 괜찮은 물건을 다시 세척해서 새로 내다 파는 것. 중고시장인 점을 고려해 그에 맞는 마케팅(?)을 하면 돈이 되는 곳인 것이다.


지금은 모두 남편의 살림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물건도 괜찮은 것들을 받아내 팔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리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만 잘 찍고, 좋은 설명만 쓴다면 부지런한 사람에겐 이건 분명 부업만 한 수입이 생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물건을 골라내 주워오거나, 나눔으로 받아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며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몇 주전, 다시 집에는 안 쓰는 물건이 생기던 시점에 오랫동안 쓰던 에어프라이어를 처분하고자 했다.

오래 써왔지만, 기능이며 외관이며 팔기에 괜찮은 상품이었다. 아주 저렴히 올렸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이었다. 가끔 연락이 왔지만 무산되기 일쑤였다. 물건을 팔면서 들었던 생각은 지역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상권(?)이 맞지 않는가 보다 생각하며 몇 날 며칠을 현관문 쪽에 놓여있다가 나눔으로 올렸다.


이상하리만큼 나눔임에도 부리나케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한 사람이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 번씩 연락이 오면 프로필을 보는 편인데 딱 보니 노다지라 생각했던 나처럼 물건을 저렴히 혹은 무료로 받아 되파는 사람 같았다. 나로서는 물건을 덜어내어 좋고 상대방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수입을 만들어 좋은 상부상조의 관계였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나눔 했던 상품이 무려 2만 원이나 받고 판매된 현황을 확인했다. 역시 부지런하고, 상품가치를 제대로 설명하면 수입이 되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며 못내 왜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막상 그런 현장을 보니 아쉬워하는 미천한 중생ㅋㅋ 역시 물건 많은 이 세상은 부지런한 자를 위한 노다지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더 이상 아쉬운 마음 들지 않았다. 이미 너무 바쁜 인생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온천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