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안과 닮은 사람들

by 초린

내 불안 스펙트럼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넓어졌다.

20대 때 나타난 불안은 건강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불안증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던 것 같다.

20살에는 내가 심장병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며 심장초음파를 찍었던 적이 있었고(단지 심장이 조금 벌렁거렸을 뿐) 저혈압증상이었는지 공황장애 증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죽을 것 같은 느낌에 구급차를 불러야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부르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 증상이 진짜인 줄 알았다. 심장이 너무 급하게 뛰는 것 같았고, 잘만 쉬고 있던 숨이 갑자기 멈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들은 모두 내 불안증에서 나온 증상이었다.


20대 때는 질병에 대한 무서움이 건강염려증으로 나타났다면,

30대가 된 지금은, 사고에 대한 무서움이 커졌다.

'갑자기' 나에게 닥칠 사건이 너무 무서워졌다.


뉴스를 보면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지만, 내게 그렇게 찾아와 버릴 죽음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놀러 갔다가 차사고로 죽어버리면?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 빠져 죽어버리면?

길을 가다가 크레인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하고 정답도 없는 무수한 사건사고를 나열하며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생기면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상상을 한다.

그런데 최근에 느낀 것은 막상 할 일이 쥐어지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생각이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불안이 어디서부터 기생하게 되었는지 나는 안다.

바로 엄마.

우리 엄마의 불안은 나에게도 내려왔다.

어디선가 불안도 유전이 된다는 글을 보았다.

피에 불안증이 섞여있는 것이라기보다 아무래도 엄마가 가진 불안이 행동양상으로 나오며

나도 그것을 배우게 된 것 일 것 같다.


항상 엄마는 '조심해'를 달고 살았다.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에도 '조심해'

엄마도 늘 뉴스를 통해 생긴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했다.


나도 이제는 남편이 어딜 놀러 간다 할 때마다,

'나 과부 만들지 말라'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위험하게 놀지 말아라, 건강 관리해라를 대신하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오빠에게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큰 불이 났고 3명이 심정지가 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 동네는 아니고, 도시이름이 같았을 뿐인데

혹시나 너일까 전화를 했단다.

내 불안과 너무 닮아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우리 세모자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그 양상은 닮아있고,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오빠는 그럴 때마다 러닝을 한다고 했고, 나도 생각을 멈추려고 다른 짓에 집중한다.

그리고 되뇐다. 그렇게 생각해서 피할 수 있는 거면 누구나 피하겠다고.

약간의 염세가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게 만들어준다.


불안일기에서는 어떤 불안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기록을 하다 보면 불안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