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늘 아기로 보이는 우리 집 16살 강아지

by 초린

우리 집 개는 자그마치 16살이다. 유기견을 데리고 온 터라 이마저도 정확한 나이라고 볼 수는 없다.

20살 강아지를 보낸 적 있는 이모는 뚱이는 아마 16살보다 더 많을 거라 했었다.

지금이야 두 눈이 실명했지만 한창 팔팔했던 재작년에도(산을 날아다니다시피 했던) 이모는 내가 강아지를 키워보니 적어도 18살은 되었을 거라며 자신 있게 얘기할 정도였으니


의미 없는 나이짐작은 접어두고, 우리 집에 온 지 13년이 되었고 2-4살 추정이었던 당시 나이에 중간나이를 택해 뚱이는 우리 집에서 16살이 되었다. 작년 9월 두 눈을 실명하고 혼자 적응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매일 다니는 집이야 적응이 빨랐지만, 그 좋아하던 산책을 한발 한발 더듬으며 가야 하는 현실이 뚱이에게도 고단했으리라.


그러나, 거진 1년이 지난 지금은 산책도 아주 잘하고 예전의 활기를 찾았다. 갖은 수모에도 밥하나는 끝내주게 잘 먹는 터라 눈물 나는 모습에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제발 밥은 잘 먹어주라)

아무리 이런 모습이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늘 아기 같다. 아직도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두 눈은 뿌예져 노견의 모습이 나타났을지라도 잠이 늘고 누가와도 잘 인지를 못하는 개가 되었어도 그저 우리 눈엔 13년 전 강아지 모습일 뿐이다.


최근 필름을 가지러 갈 일이 있어, 부부가 운영하는 사진관을 간 적이 있다. 눈에 띄지도 않고 고요히 자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여기 강아지가 있었네요.' 했는데 사장님 부부는 '나이 든 강아지예요.'라며 웃음으로 답하셨다. 남일 같지 않아 몇 살이냐 물었더니 16살이란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이?


같은 나이의 자식을 둔 걸 알면 이럴까 하며 저희 집에도 16살 된 강아지가 있다며 눈이 실명한 거 말고는 잘 지낸다라며 운을 띄었고, '어머 그렇구나. 우리 집 개도 눈 500만 원 주고 수술시켜 줬는데 안 시켜주는 게 더 나았던 것 같다'며 지금은 또 폐수종이 와서 약을 1시간마다 먹여야 해서 데리고 나오셨단다. 남이 보면 이제 다 늙어 언제 갈지 모를 상이라면 막상 키우는 입장에서는 점점 나아지고 있고 아직 한창이라 생각한다.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리 집 개는 아직까진 괜찮은데, 눈이 실명해서..ㅠㅠ'라고 했더니 사장님은 내 강아지도 아직 괜찮다는 듯 서둘러 얘도 지금 약 먹고 자서 그렇지 밥 주면 좋다고 뛰고 활발하다고 하신다. 서로 강아지가 아직은 한창이라는 인정을 바라 듯 앞다투어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남눈엔 노견이어도 내 눈엔 노견으로 보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언제가든 이토록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는 듯이 내가 속으로 외치는 말 중 하나다. 불쌍한 개들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호상이다. 하지만 슬픔이 잘 가시지는 않을걸 잘 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좁디좁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