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메일을 보내지 마오
지금 와서 참 웃기는 일이지만, 나는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었었었다.. 보내는 이, 받는 이만 제대로 쓰면 가는 게 메일 이것만 왜들 이렇게 메일링 스킬을 배우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얼마 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유명 유튜버가 회사를 다니면서 배울 점들을 나열했었는데 그 목록에도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서 써먹으라는 소리가 있었다. 그때도 나는 그다지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 사단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엄청난 바람잡이를 해놓았지만 사실 그렇게 큰 사고는 아녔다고 생각한다.(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대표님은 이 일로 몇 번이나 이야기를 꺼내셨으니..) 신입은 이 정도 메일 사고는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이 사고가 두 번, 세 번 일어나면 문제지만 처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엄청난 중요한 문서는 아니었다는 것(회사 중요 정보를 판다던가..)과 같은 회사 사람의 다른 부서 사람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아직도 의문인 것은 그 메일을 보내게 된 경로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표님께서 포워딩해주신 메일에 답을 하는 일이었다. 분명 보내야 할 사람에게 보낸 걸로 생각해서 보냈는데, 메일은 제 사람에게 가지 않았고 데드라인이 넘어 대표님께 다시 메일이 가는 불상사가 일어났더랬다.
그로 인해 내가 '잘못' 보낸 것이 들통이 났고, 부끄럽게도 대표님이 일러줄 때까지 무엇을 잘 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빌런 중 빌런이 되어 '대표님, 제가 잘 모르겠어서 그런데요ㅠㅠ 뭐가 잘 못 간 거예요?'로까지 질문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 빌런은 마치 엄마가 밥을 떠 먹여주는 정도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고 아차! 싶었더랬다. 데드라인이긴 했지만 아직 시간을 좀 끌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이 일로 대표님께 하나하나 메일링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대표님께서 이 갓난쟁이 신입사원 메일링을 가르쳐주시면서 또 하나, 같은 주제로 메일링 하는 것엔 꼭 전체 답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2-3번의 메일을 보내는 동안 매번 새로운 메일을 써 재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킹 받는 일이 아닐 수 없.. (아 그러게~ 누가 좀 알려주지 그러셨어.. 요?) 그렇다. 난 빌런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빌런이다. 자처하는 것과 그 자체가 빌런인 건 아주 큰 차이가 있고 말고..
메일을 잘못 보냈을 때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응당 보내야 할 사람에게 보내지 않았으며 보내야 할 사람에게 보낸 파일은 용량이 커 드라이브로 보내야만 했다. 읽기 허용을 하지 않아 프로 세계에선 콧방귀를 뀔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핑퐁(ping-pong: 탁구처럼 주고받는 행위)이 일어났다. 잘못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메일이 올 땐 나에게만 오는 게 아니고 참조로 인해 대표님과 그 외 2-3명에게까지 나의 염병이 여실히 드러났다.(ㅎ) 배우면 참 쉬운데 이것도 사실 조금 더 신중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평소 팝업창을 잘 읽지 않은 내 탓이 컸다.
대표님의 짧지만 강력했던 메일링 스킬을 배우고 아직까진(?) 메일 사고를 치지 않았다. 그래 봤자 이후로 몇 번 없었지만 가르침 이전과 이후는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메일 보내기 전, 더블체크는 기본. 약간의 떨림과 공포가 드리운다.. 허허.. 그래도 이런 긴장감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 전 회사에서도 메일링 할 일이 많았는데 난 도대체 어떤 메일을 보내왔던 걸까 아찔하기 짝이 없다. 하긴, 그때도 나와는 다른 메일 레이아웃을 가진 동료의 메일을 보고 그냥 스타일이 달라 그런 거라고 치부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회사에서 꽤 긴 경력을 가졌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달랐던 것 같다. 난..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