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이 개를 예뻐해서.시골개 복지에 대하여

그건 개를 예뻐하는게 아닙니다.

by 초린

시골 깡촌 할머니댁에 가면 해가 지기 전(아무래도 시골은 밤이 금방 오니까) 바삐 하는 일 혹은 저녁이 되기 전 제일 먼저하는 일은 넘의 집 개 구경이다. 단지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에 있던 개가 아.직. 있는지 혹은 새로운 개가 또. 생겼는지 구석 구석 확인한다. 동네, 그래봤자 다 돌면 가구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을 초입부터 끝까지 가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삐 눈알을 움직인다.(다행히 할머니댁은 마을 끝 쪽에 위치한다)


이제는 마을에서 개를 잡아 먹는 일은 없는 듯(?) 하다. 물론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마을 평균 연령이 70대는 훌쩍 넘었으니 그럴만한 에너지는 진즉 죽은 듯 하다. 하지만, 새로운 개가 생기고 개장수에게 팔리는 게 허다하다 보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올해 4월에만 해도 그랬다. 진돗개 믹스라고 하면 되려나, 시골에 왔다 갔다 하며 사상충 약이며 간식이며 산책을 시켜주려 목줄까지 사와서 놀아주던 개였는데 팔아버렸단다. 개 주인분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떠돌이 견에게 간밤에 물렸다나. 속으로는 크게 믿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개장수에게 팔리느니 그게 나은건가 하는 부지불식간의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결국 좋은 팔자는 못면한 덕구(개이름.)가 너무 불쌍했다.

내가 모든 개를 다 구할 수만 있다면..


주인분들은 나쁜 분들은 아니지만, 개의 사정을 봐줄 수 있는 분들은 아니였다.(농사를 짓는 바쁜 분들이기에) 물통에는 이끼가 가득, 음식물 쓰레기는 아니지만 주는 사료는 영양이 하나 없는 건조하디 건조한 사료가 있었다. 사실 굶기는 것보다, 음식물을 주는 것보다는 나은 처지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개를 키우는 상황을 보자니 숨이 턱턱 막혔다.


덕구자리엔 덕구대신 작은 발발이가 새로(?) 들어왔다. 덕구의 빈자리를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난 또 저 발발이의 팔자를 걱정하고 있는 내 팔자야..


덕구처럼 그 발발이도 그렇게 키워졌다. 이끼낀 물통과 건조한 사료로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추석연휴에 그 집 가족들을 마주쳤다. 먼 친척의 집(사돈이라던가)이라 나에게 큰 경계는 하지 않았지만, 다 큰 애가 여기까지 와서 개를 돌본다니 기가 찰 노릇인지 '집에 개 안키워요?'이런다. 내가 개가 좋아서 개 보려고 여기있는게 아닙니다만..


너무 신경은 거슬리면 안되니 '이렇게 묶여 지내는게 안쓰러워서 보러 왔어요.'하니, '그렇죠,,시골에서는 하루종일 묶여있어서..저희 집이 개를 좋아해서..' '이건 개를 좋아하는게 아닌데..'가 목구멍을 지나 혓바닥까지 지나왔다.


우리 할아버지도 개를 좋아하셨다. 내 입장에선 그렇진 않지만. 어릴 적에는 항상 개가 있었으니 할아버지 의견이었으리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네에서 개를 보는일은 없었다. 다행이 아닐수가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것은 키우던 개를 잡아먹기도 했다고...정말 충격. 어릴 적 기억으로는 할아버지가 키우시던 백구랑 셋이 논 데이트도 하고 즐거웠는데 꼭 다음 연휴때 가면 그 개가 그대로 있지는 않았다.


할아버지도 참 개를 예뻐했다는 할머니 말씀이 왜인지 아이러니하다. 내 입장에선 차라리 싫어해서 안키우는 할머니가 훨씬 좋은데 말이지. '글쎄, 할머니. 할아버지는 개를 좋아한 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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