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해. 이 인간아
마음이 급하면 생기는 일들
내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가족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논외. 그들 사이에선 심각한 오두방정 스타일일지언정
덜덜 떨리는 발표도 총대를 메고 해야 하는 일도 속마음에 비해 표정은 평온하다.
그래서 인지 그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은 내가 하나도 떨지 않는 줄로만 안다. 그게 내 목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평온한 표정과 달리, 언행에서 속마음이 드러나는 말들을 뱉곤 하는데
일례로, 특이하게 IT대표와 밥을 먹으면서 면접을 보는 일이 있었다.
대표는 젊었고 오랜 해외생활을 해서 인지 몰라도 굉장히 편한 분위기였다.
당시 연차를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면접은 보고 싶어 주말에 면접을 봤었는데
나를 뽑을 거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마무리한 시점이었다.
커피와 점심을 먹고 급하게 식당 앞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찰나였다.
그 대표는 '면접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가웠습니다.'라고 했는데
나는 그때 웬일인지 급한 마음과 식사를 대접해 주어 감사한 마음이 뒤엉켜있었다.
거기에다 식당에서 바로 나와 헤어지다 보니 빨리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원래는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좋은 인연..~'이었다면 '반갑습니다.'라고 이야기해 버렸고 다시 면접을 시작해야 되는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다.
다행히도 도로가여서 내 목소리가 그 대표에게 다 닿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밖에도 '조심히 가세요'라고 해야 되는 상황에 '조심히 드세요'라고 한다던지
'안녕히 가세요'를 '안. 녕~'이라고 한다던지.
마음이 급하면 내가 일궈놨던 평온한 표정은 저리 가고, 울렁거리는 속마음이 다 들키곤 한다.
그걸 또 평온한 표정으로 수습하려는 모습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순간 창피함과 뻘쭘함이 온몸을 감싼다. 이내 이런 찌질한 모습일지라도 나 자신을 귀여워해본다. 금새 창피함은 사라지고 내 자신에 실소를 터트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