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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May 18. 2024

7번 탈락한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진 능력에 비해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이다. 그중 글쓰기는 내 마음속 가장 잘하고 싶은 분야일지도 모르겠다. 그 많고 많은 목록 중에 글을 쓸 때만큼은 어떠한 권태감이나 지루함이 없으니 말이다.


가진 능력에 비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다 근거가 있다. 어릴 적부터 키가 큰 것 말고는 말하는 것부터 대체적으로 성장이 느린 애였다. 엄마가 말하길 '너는 참 말이 느렸어'라면서 '아무래도 엄마를 닮아서 인가?'라고 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3 내내 언어만큼은(지금은 국어라 명칭 하는 과목) 절대 오르질 않았다. 늘 4등급에 멈추었으며 반수를 했던 때도 다른 과목은 미친 성장을 보여줬다면 언어만큼은 늘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비문학 문제를 풀 때는 또 어떤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장에 줄을 치는가 하면 채점때면 매번 비가 내리곤 했다. 또, 고2였던 때인가 국어 시간에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시를 쓰는 수행평가가 있었다. 나름 철학적 관점으로(시간에 대한 주제로 시를 썼다) 잘 썼다 자부했던 시였다. 선생님께선 '모두가 잘 썼지만~'이라고 운을 떼시며 '아무래도 평가를 해야 하니~' 라며 D를 받은 학생이 한명 있다고 하셨다. 'D 받은 학생이 허락하에 공개를 하면, C로 올려줄게'라며 제안을 하셨다.(D는 제일 낮은 점수다)


앞 전개를 보아서는 그 D를 받은 학생은 바로 나인걸 느끼셨으리라.나는 공개하는 것에 있어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선생님의 평가는 시가 통일성이 없다고 하셨다. 동시 같으면서 정형시? 같다고 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 안에서도 내 산만한 정신이 표현되었나 보다.

그럴 정도로 난 언어와 관련된 것은 대게 못하는 편이다. 말하는 것도 이해력도 쓰는 것도 모두 레벨로 따지자면 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내가 브런치 스토리에서 작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누구에게도 피드백받지 않고 혼자서 블로그에 글을 적어왔지만 그래도 글을 잘 읽었다든지 글이 잘 읽힌다는 댓글이 조금씩 달리면서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빠른 시일 내에 작가가 되겠지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 연습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불합격 메일만 실컷 받았더랬다. 평소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면 충격이 컸겠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그다지 언어에 뛰어나지 않았고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그런지 계속 하면 언젠간 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7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로 63개의 글을 썼고 지금의 글은 64번째이다. 점점 조회수도 늘고 구독자가 늘면서 내 글쓰기가 정말 늘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브런치를 몇 년간 운영하다 보니 꼭 잘 쓴 글이 조회수가 높은 건 아니란 걸 알게 되면서 조금씩 튀어나오려는 자만을 가라앉히고 있다.


어느 날은 내가 쓴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평소에 잘 달리지 않는 터라 어떤 댓글이든 감사했다. 댓글엔 어느 한분이 '작가님'이라며 내게 '작가'라고 하는 것 아닌가. 작가.. 작가라니..!! 그분은 브런치 스토리라는 플랫폼 특성상 배려하는 마음으로 '작가님'이라 칭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겠다'하는 작은 희망에 불을 지펴주는 기분이랄까.


태초부터 글과 멀었던 사람이지만 작게 작게 쌓아 올린 시간들이 언젠가는 진정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 믿는다. 그때까지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릴적부터 글쓰기를 잘했더라면 이 댓글 하나에 크게 기쁘지 않았을 것이며 밑에서부터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내 이름으로 책 한권 내지 못했지만 책 한권쯤 내본 작가가 되는 날을 기리고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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