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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Feb 09. 2024

영어가 늘면 이렇게나 세상이 넓어지다니

언어가 전부였다.

도시살이 3개월 후 시골로 간 이후로 영원히 늘기 힘들 것 같은 영어가 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짧은 3개월 동안 언어로 겪은 이런저런 경험들이 엄청난 충격이었고 나는 매일 단 5분이라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말하지 못한 부분을 꼭 메모장에 적어놨다 일이 끝나면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적었다. 그리고 외웠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점점 영어문장이 길어지고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문법적으로 이게 맞는 건가 매일같이 따져보다 언어란 응당 의사소통이 잘만되면 되는 도구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턴 아예 그 마음을 접었다. 이해를 잘 못하면 조금 더 설명을 붙여 말하면 될 일이고 네이티브처럼 말은 못 해도 점점 영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대게 농장에서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 대화하는 주제가 비슷비슷했다. 어디 나라 사람이냐, 호주에 온 지는 얼마나 됐냐, 농장에는? 누구랑 같이 온 거냐? 이런 식으로 시작해 어디에 살고 있냐, 집 컨디션은 어떻냐 등 너무 깊거나 어렵지 않은 대화들을 했다. 그러다 친구가 되기 시작하면 고민이야기, 인생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각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 같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레카..! 내 영어가 정말 많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 물론 그 사이사이 슬럼프 기간도 당연히 있었다. 매번 우상향 하면서 영어실력이 늘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응당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으련만 언어는 계단식 상향에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멈춰있거나 떨어져 버리는 게 언어였다.


생각할수록 언어는 효율이 나지 않는 공부였다. 한 번 하면 까먹지 않는 건 세상에 없다 쳐도 언어는 특히나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았으니. 그런데 효율은 떨어져도 배운 걸 써먹는 그 순간은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이런 문장도 만들다니?


호주 시골에서 켜켜이 쌓은 영어는 호주에서 살아갈 자양분이 되기 충분했다. 농장에서 88일을 채우고 세컨드비자를 받아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여전히 도시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조금 늘은 영어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우선, 일자리 구하는 게 수월해졌다. 면접이나 전화받는데 귀가 트였기 때문이다. 어필도 가능해졌다. 나는 세컨드비자가 있고 여러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넣은 이력서만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초짜 워홀시절보단 확실히 나아졌다. 하고 싶은 카페에서 두둑한 시급을 받고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과 비교해선 적은 돈일지라도 나에겐 큰 변화였다.


그렇다고 모든 게 술술 풀리진 않았다. 아직도 쭈뼛대는 태도와 조금 어색한 서비스 대응, 하지만 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무엇보다 농장에서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귄탓에 이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봐도 거부감이나 방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점은 호주에서 생활하는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편견이 사라지는 게 호주살이 중에 가장 크게 남는 점이기도 했다.


매번은 아니지만 어떤 순간엔 마치 입에 모터를 단 듯 영어를 내뱉었다. 특히 비영어권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도드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영어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틀린 내 영어가 더 잘 들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겨 영어가 더욱 안되곤 했다. 아직 언어에 대한 완벽주의 태도는 다 내려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어가 늘어가면서 호주살이는 더 풍부해졌다. 알코올이 한잔이라도 들어가면 영어를 잘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지면서 호주에 어우러지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으니. 이래서 워홀 준비글을 보면 하나같이 영어공부해서 가라고 했던 게 더욱 와닿았다.


워홀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영어공부하세요..!


이제 천천히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돈을 모으면 나도 익명의 누군가처럼 영어,여행,돈 모두를 잡는 럭키가이가 되는 줄 알았다.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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