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당 호숫가의 가을, 북콘서트 이야기 –
오늘 나는 예산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보다 국도를 더 좋아하는 나는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두고 출발했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과 주황빛 감나무, 붉게 익은 사과밭, 그리고 맑게 펼쳐진 하늘이 가을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길 위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마음이 포근히 풀어졌다.
이번 예산행의 목적은 조금 특별했다. 얼마 전 출간한 전자책 『푸카詩』의 북콘서트를 위해 예당관광농원 후광갤러리로 향하는 길이었다.
『푸카詩』는 푸드로 표현하고(푸), 카메라에 담고(카), 시로 남기는(詩) 작업의 약자이다.
음식의 색과 질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순간의 마음을 시로 표현한 작품들을 인화해 액자에 담은 전시였다.
이번 전시 준비는 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 회장님과 치유산타님이 함께 해주셨다. 기획부터 작품 배치, 전시 구성까지 두 분이 정성을 다해 준비하신 공간이라는 생각에 도착 전부터 마음이 벅찼다.
갤러리에 도착하니, 그날은 회장님께서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전시장 안에는 이미 두 분의 손길이 만들어낸 아늑한 기운이 가득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액자 속 ‘푸드로 쓴 시’들은 하나하나가 작은 생명처럼 빛나며 이야기를 건넸다. 재료의 색감과 질감, 그리고 시어가 어우러져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고요하게 전해주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이 자리를 가능하게 해 준 두 분의 정성과 회장님의 마음에 진심 어린 감사가 차올랐다. “이 전시는 두 분의 손끝에서 피어난 선물 같은 자리구나.” 그 말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멀리 진주에서 최진태 회장님과 김미리 지부장님, 용인에서 김용복 선생님, 그리고 인천에서 달려온 후배 박홍준이 함께해 주었다.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하셨을 텐데도 모두 밝은 얼굴이었다.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참 따뜻했다.
이후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푸카시 작품이 가진 의미와 푸드표현예술치료협회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푸드로 마음을 표현하고, 예술로 사람을 잇는 그 여정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의 눈빛 속에 오갔다. 이야기를 마친 뒤,
우리는 전망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예당호를 바라보며 쌍화차라테를 마시는 순간, 잔 위로 피어오르는 향기 속에 하루의 여운이 고요히 번졌다.
잠시 후, 석양이 호수 위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이자, 우리는 자연스레 마음을 나누었다. 그 따뜻한 공기 속에서 웃음이 오갔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어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대화, 그리고 그날의 빛이 아직도 마음 한편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책 한 권으로 시작된 여정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의 시’로 피어났던 하루였다.
오늘, 예당 호숫가의 부드러운 가을바람 속에서 나는 다시금 느꼈다. 예술은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더 따뜻하게 빛난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또 하나의 ‘푸카시’를 마음속에 써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