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달리며 마주한 나의 시간
오늘은 예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이 길은 단순히 ‘이동’이 아닌 ‘머무름’의 시간이다.
나는 늘 고속도로보다 국도를 선택한다. 빠르진 않지만, 그만큼 풍경이 내 속도를 맞춰주는 길이다. 출발하기 전, 커피 한 잔을 준비하고 냉장고 안의 과일을 잘라 통에 담는다. 그 짧은 준비의 시간조차도 내겐 하나의 의식처럼 소중하다.
차에 오르면 라디오를 켜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길 위의 바람과 대화한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다. 파란 하늘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이 펼쳐지고, 이미 추수를 마친 논에서는 바람이 여유롭게 머문다. 감나무에는 주황빛 감이, 사과나무에는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 풍경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춘다.
가을의 길은 언제나 나를 멈추게 만든다.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마음은 길가의 코스모스와 나란히 걷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풍경이겠지만, 내겐 이 시간이 삶을 다시 채워주는 소중한 쉼표다.
오늘도 나는 그 길 위에서 행복을 주워 담는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모금, 그리고 노래 한 소절.
그 모든 것이 내 안의 고요를 완성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