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떠오르는 사람
아침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잠깐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
그런 순간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참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는 사람도, 생각되어지는 사람도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기억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오늘 이 작품을 만들다가 문득 하얀 벚꽃이 가득한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길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꽃보다 먼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친구와 걸었던 길,
손녀딸과 함께 걸었던 호암미술관 근처의 길과 그곳에서 바라보던 산에 핀 벚꽃들.
엄마와 함께 걸었던 전주동물원의 벚꽃길,
여동생과 걸었던 전주 천변길의 봄 풍경,
그리고 아들과 여행처럼 떠났던 구례 쌍계사의 벚꽃길까지.
생각해보니 벚꽃이 피던 길 위에는
늘 함께 걷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벚꽃을 떠올리면
꽃보다 먼저 사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 속 벚꽃은 꽃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며 잠깐 웃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이미 마음 어딘가에
꽃이 피어 있는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