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의 죽음

by Zarephath

그는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달렸다. 수업에 늦어서 약간 속력을 냈다. 그런데, 한참을 가는데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만 중심을 잃고 크게 넘어졌다. 자기 혼자 넘어진거라 그녀는 누가 자전거에서 자기를 쳐다보다 넘어진 줄도 모르고 갈길을 갔다. 그 이틑날부터 그는 그 시각에 자전거를 타고 그 부위를 돌다다녔다. 그녀를 찾기 위해서였다. 찾아야만 했다. 찾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자그마한 정보라도 하나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시각에 그 곳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을 듣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바로 그녀가 자기 앞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뒷모습이긴 해도 그녀가 분명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는 그녀를 쫓아갔다. 뒤를 따라 갔다. 그녀가 타는 버스를 같이 타고 그녀가 가는 길을 같이 걸었다. 학교에서 꽤나 먼곳에 살고 있었다. 대단한 수확이었다. 그녀가 사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그는 다음날 새벽 일찍 그녀가 사는 곳 앞에 가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가 나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남자와 같이 나왔는데, 버스를 각자 다른 걸 타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타는 버스를 같이 타고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녀를 따라 학교에 갔고, 학교를 마치고 또 다시 뒤를 밟아 따라 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버스를 타는 것이다. 어디를 가는 것일까? 따라가 보니 아침에 같은 집에서 나오던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는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와서 둘이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도대체 둘은 무슨 관계일까? 아마 남매일 거야. 그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다음 날도 그는 새벽 일찍 그녀의 집 앞으로 갔다. 그 날 역시 그 남자와 같이 나왔다. 버스 정류소에서 가볍게 뽀뽀를 하더니 각자의 갈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남자의 뒤를 밟기로 했다. 다른 대학에 다니겠지? 그런 생각으로 따라간 곳은 의외로 학교가 아니었다. 어느 룸살롱으로 들어간 그는 거기에서 한참을 보내더니 저녁즈음 되어 나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예상이 맞다면 그녀를 만나러가는 것이다. 불길한 예상은 맞았다. 어디선가 만난 두 사람은 이번엔 집으로 가지 않았다. 둘이 같이 술을 마시더니 근처 모텔로 가는 것이다. 아!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일을… 그런데 의외로 모텔에서는 아주 잠시 머무르다 둘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이 집으로 갔다. 그의 마음은 무척 복잡해졌다. 과연 둘은 무슨 관계일까? 그 남자는 뭐하는 사람일까? 그 남자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했다. 그렇다고 대낮부터 룸살롱 손님처럼 들어갈 수도 없었다. 보통은 그 남자가 룸살롱에서 나오는 시간에 손님들이 들어가니까. 어쨌건 그에 대해 알아보려면 그와 부딛혀 보는 수 밖에 없다. 좀 이른 시간 이지만, 그가 나오는 직전에 그 룸살롱에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일부러 부딛혔다. ‘죄송합니다. 여기 직원이신가요?’‘아, 죄송합니다. 직원 아닙니다. 술 마시러 오셨나요?’’아, 네 혼자 한잔 하러 왔습니다.‘‘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렇지만 그는 곧 나왔다. 대학생 처지에 어디 룸살롱에서 혼자 한잔을 한단 말인가? 오늘은 미행을 거기까지 하기로 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그는 그 둘을 미행했다. 딱히 더 알아낸 것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왜 저희를 미행하시는 거죠?‘ 이런, 들키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건만 얼마나 미행이 허술했으면 여자가 눈치를 다 챘겠는가? 그러다면 그 남자도 그의 미행을 눈치채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망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쁜 의도로 미행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쪽에 관심이 있어,,, 솔직히 좋아해서 좀 따라다닌 것 뿐입니다.‘’하하하하 절 좋아하신다구요? 그렇다면 얼른 그 마음 접으시는 게 좋아요. 전 평범한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예요.‘ 그게 무슨 말일까?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 그게 무슨 뜻인지 캐물었다. 대답을 피하던 그녀도 그의 집요함에, 그리고 빨리 그가 포기하도록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했다,’전 돈에 팔려 온 여자예요. 아버지의 노름빛에 조직 폭력배에게 팔렸어요. 다행히 그 조직의 중간 보스 쯤 되는 사람이 저를 좋게 봐줘서 학교도 다니고, 평범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그러니깐 저는 평생 그의 여자로 살아야 해요. 그러니 어줍잖은 관심으로 곤란에 빠지지 마시고 그만 마음 접으시죠. 아직 그 사람은 당신을 몰라요. 그가 알게 되면 당신이 위험해 질 수도 있어요.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죠?‘ 그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그녀가 돈에 팔려온, 폭력배의 여자라니. 그런 이유로 내 마음을 접어야 한다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빚이 얼마죠?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 어떻게든 해 볼게요.‘’순진하시군요. 이제 이건 빚이 얼마냐 그런 문제가 아니예요. 그리고 전 그 쪽한테 관심 없어요. 그러니깐 이쯤에서 그 순진한 사랑놀음은 그만 하시죠.‘그럴 수가 없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단 그 폭력배를 만나기로 했다. 룸살롱으로 찾아갔다. 그를 찾았다. 그에게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며 계속 그녀를 억류할 시 경찰에 신고하겠노라고 했다. 껄껄껄 웃더니 그 폭력배는 술이나 한 잔 하고 가라고 그러더니 나가버렸다. 완전히 무시당한 것이다. 이가 갈렸다. 사랑하는 그녀의 인생을 갈취하고 있는 그에게 무시를 당하고 나니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다.

다음날, 그녀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나타난 그녀는 한 여름에 긴팔 티를 입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멍자국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와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는 것이다.‘차라리 그럴 거면, 나 데리고 어디 도망이라도 가 봐요. 지금 가진 것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요? 그럴 용기도 없잖아요?’ 그 말이 그에게 비수처럼 꽂혔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녀를 그 수렁에서 건질 수만 있다면 대학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그녀와 떠날 용의가 있다. ‘그럼, 그러기 전에 한가지만 약속해 줘요. 날 사랑해 주겠다고.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 보더니, 뭔가 결심한 듯, 같이 떠나자고 했다. ‘이번주 토요일부터 그 사람 출장이니 그때 떠나요.’ 그녀와 약속했다. 어디로든 떠나기로. 그렇게 둘의 도피생활은 시작되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그녀가 어디론가 가자고 하면 같이 떠나며 살았다. 어느 작은 어촌에 정착해서 살기 시작했다. 그는 수산물 운반하는 일을 했다. 그녀는 그를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저녁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걱정에 가득찬 그녀 앞에 그 폭력배가 나타났다. 그 옆에는 드럼통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피투성이가 된 그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 폭력배는 그가 들어 있는 드럼 통을 발로 차서 바다에 빠트렸다. 넋이 나간 그녀를 폭력배들이 끌어다 차에 실었다. 이제 그녀가 갈 곳은 사창가 같은 곳 밖에 없다. ‘그러게 은혜를 알아야지. 그래야 짐승과 다른 법이지. 암.’ 짐승이란 말에 정신이 퍼뜩 든 그녀는 품고 있던 칼로 그 폭력배의 목을 그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도 그어버렸다.

다음날, 신문 사회면에는 작은 어촌에서 드럼통에 담긴 시체 한구와 바다에 빠진 차에서 칼로 그어진 시체 두구가 발견 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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