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미국에서 온 관광객이겠거니 생각헸다. 그라다가, 이런 류의 여행을 즐기는 건가 싶다가도, 호텔 로비의 비스킷을 끼니때마다 집어먹고 항상 손에는 양주병이 들려 있는 것으로 봐서 그들에 대해 내린 결론은 그들은 술주정뱅이라는 것이다. 밤에도 룸에 들어가거나 하지 않고 우리나라 노숙인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에서 박스를 깔고 신문지룰 덮고 잤다. 어쩌다가 부산역 역사 한가운데까지 오게 됐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더 이상의 설명이 불가능했다. 술주정뱅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들이었다.
단속을 할때면 일부러 영어롤 과도학개 사용하던가 ,미국 대사관 운운운하며 분위기 험악하게 만들어 소란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하루 이틀 여기서 지내려다 가려니 생각 했는데, 사실 노숙인들에게 부산역 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 따스함과 편의시설들에 매료된 그들 또한 부산역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거기서 나오는 온수로 샤워하고, 아미 식사는 조식뷔페 남는 음식을 어느 루트로 공수해 오는지 가져와서 먹고, 점심은 각종 사회복지 단체에서 정성껏 마련해 주는 한식 한상씩을 받다 들었다. 저녁은 주로 페스트푸드 점 쓰레게통에서 구한 음식들을 안주 삼아 한잔씩 하는 걸로 넘겼다. 신가한 것은 이 두 미국인은 절대로 술병을 양주병만 들고 마신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구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곧죽어도 소주병은 절대 들지 안았다. 그들이 미국인인 것을 한 눈애 알 수 있는 것도 그들이 들고 있는 위스키병, 보드카병 떄문이다. 그들 사이에도 서열정리가 됐는지 이 두 흑형은 어딜 가나 형님 대접을 받는다. 흑형들이 어디서 고기라도 구해와 구울라치면 거의 동네 잔치 분위기였다. 식당가도 아닌데, 어디서 고기굽는 냄세가 나고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십중팔구는 흑형들의 수작이다.
이들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중요하지만, 문재는 이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외국인 노동자 인권문재, 홈리스 인권문제, 불법이민자 인권문제 등등이 엃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일요일엔 교회에도 갔다. 물론 양주병은 들고. 밥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영어로 뭐라고 씨부렁거리면 청년 중에 영어 할 줄 아는 청년을 연결해 주어 한참 그의 얘기를 들어준다. 대충 눈 물 훌리며 시간 좀 때우다 보드카 한모금 하고 나오면 그걸로 끝이었다. 여러 인권단체들에 교회들과의 관걔까지 끼어들게 되자 정말 이건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난제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행정부에서는 특별 단속기간을 정해 부산역 일대정화사업을 시작했고 흑형들도 이것까지 피해 가지는 못했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이런 저런 쓰레기들을 압수하고 쫓아내니, 안 쫓겨날 수가 없었다.
부산역 일대의 노숙자는 일시적으로나마 소탕되었고, 잠시나마 깨끗한 경관과 환경이 회복되는 듯했다. 소문들이 횡횡했다. 흑형들은 미국으로 돌아 갔다느니, 그만한 비행기 값이면 그냥 술이나 먹겠다느니, 사람은 보일 때보다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법이다. 흑형들은 이제 노숙인들의 공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지하철 칸칸이 탑승하여 어디서 조달하는지 모를 소소한 물품들을 팔고 있다. 그래도, 술병도 손에 보이지 않고 정당하게 일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한다니 듣덛 중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