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사춘기 적 일화

by Zarephath

난 그 날도 도서관에 간다 그러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 가는 곳은 부산역 광장 아니면 지하상가였다. 재수생이던 그 시절 내 유일한 소일거리는 그런 곳에서 사람들 구경하는 것이었다. 재수학원도 몇달만에 때려치고 선택한 일상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춘기가 와 버린 내 내면의 소용돌이는 내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는데, 사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 자신이 내 손을 떠나 버렸고 내 손을 떠나버린 자아는 아직도 나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마 아직도 사춘기인가 보다.

부산역 광장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매일 메가폰을 들고 나와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 도를 아시냐고 전하는 사람들, 길바닥에서 무리지어 앉아 아침부터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매우 잼있었다. 그 어느 영화보다도 더. 뭐랄까, 내가 살아온 평범한 삶의 세계와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그걸 실컷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지하 상가에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었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앉을 공간도 만들어 줘놓고 꽤 괜찮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해 주곤 했다. 거기서 영화 한 두 편 보고 나면 오후가 다 지나갔다. 거기서 영화보고 지하상가 분식집에서 쫄면 하나 사먹고 집에 오면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 이후 일과는 집에서 공부하는 척하기.

그렇게 일년을 보내고 나니 또 입시라는 것을 치러야 할 때가 되었다. 일년을 그렇게 놈팽이로 지내다보니 내가 떨어졌던 대학에는 원서를 넣어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 때가 수능 1회였고 문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했다. 그래서, 어차피 좋은 대학 가기는 글렀고, 집에서 가까운 의대에 지망을 했는데, 운 좋게 붙었다. 정말 그건 운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때 공부하지 않았던 과목들까지 수능에 포함이 되었던 터라 몇과목은 아예 포기를 하고 쳤던 시험이었다. 의대를 가면 뭔가 휴며니즘 가득한 삶을 살 거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갔었는데, 당연히 지금은 후회한다. 내가 문과였는데,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같은 데를 갈 생각을 왜 못했나 심히 후회하고 있다.

이상이 나의 놈팽이적 사춘기의 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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