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익숙한 카페에서 늘 마시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카페가 익숙한 이유는 당연히 그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다. 지금은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와 이 카페에 있을때 만큼은 그녀가 가장 예쁘고 가장 화려한 여자였다. 그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는 항상 물 한잔만 마시며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를 다 마실때까지 지켜봐 주곤 했다. 그저 말없이, 그녀가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그녀를 가장 예쁘고 가장 화려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그녀를 떠났다. 이유는 아직 모른다. 그냥, 더 이상 그 눈빛으로 그녀를 예쁘고 화려하게 해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듯 그렇게 아쉬움을 진하게 남기고 떠났다. 그러던 어느날, 그 익숙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어느날 불쑥 그가 나타났다. 다시금 그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나타나 버렸다. 그와 함께할 때에는 현실을 떠나 천상의 어떤 존재가 되어버린 듯 했었다. 지상의 존재로 한참 적응 중이던 어느 날, 그가 다시 나타나 버렸다. 멍하니 그를 바라 보았다.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 왜 떠났는지, 등은 묻지 않았다. 그냥, 다시 그녀는 천상의 존재가 되어 가장 예쁘고 가장 화려하게 마시던 익숙한 커피를 다시 마셨다. 그가 바라볼 때 까지. 그 침묵을 깬 것은 그였다.‘잘 지냈니?’ 아무런 의미도 감정도 뭣도 없는 한마디, 그와 함께했던 그리고 그 없이 지난 그 모든 시간들을 일 순간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으로 만든 한마디. 그녀도 그렇게 답했다. 아무 감정도 없이. ‘아니’ 잘 지냈을 리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존재가 되어 버린 그 시간들을 ‘아니’라는 한마디에 담아 전했다. 그녀는 물었다.‘왜 왔어?’ 최대한 건조하게 물을려고 했었는데, 그만 삼키고 있던 눈물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는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다.‘미안했어’ 뭐가 미안했단 말인가?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면 떠난 것이? ‘뭐가?’라고 물었다. ‘일들이 있었어. 차마 함께 짊어지자고 할 수 없는 일들이었어.‘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묻는다고 다 얘기할 리도 없다. 그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를 가장 예쁘고 가장 화려하게 만즐어 주던 바로 그 눈빛으로. ’그렇게 보지 마‘ 그 눈빛이 싫었다. 그녀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지만 다시 평범해 져야 한다. 그녀는 그걸 알았다. 그래서 그 눈빛이 싫었다. 다시 천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비참함을 겪을 순 없다. ’제발 그렇게 보지 마‘ 그녀는 그에게 사정했다. ’제발, 제발 그렇게 보지 마‘ 그녀는 이미 사랑의 영원하지 않음을 그에게서 뼈저리게 배워버렸다. 그래서, 다시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미안해‘’뭐가? 뭐가 미안해?‘그녀는 듣고싶었다. 그렇게라도 듣고 싶었다. 사랑했다고. 그는 사랑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마치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던 그 모든 눈빛을 흘려보내듯. 한참을 울다가,,,’갈게‘라고 한마디 던지고 카페를 나간다. 그는 깨달았다. 그녀가 다시 사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그렇게 비오는 어느 오후, 어느 연인들의 재회와 다시 헤어지는 풍경이 카페를 잠시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