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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Oct 04. 2024

죽음 서비스

오늘도 밥을 먹으면서 구역질을 했다. 가족들 보기에 보통 민망한 일이 아니다. 가족들 반응도 각각이다. 맨날 그러니 또 그러는가 보다 하고 신경 안쓰고 밥 먹는 큰 딸, 아빠 괜찮아? 라고 예의상 이라도 한마디 물어보는 막내 딸, 자기가 해 줄 일이 없는지, 해 줄 수 있는게 있을 리 없어도 진심으로 고민하는 큰 아들, 아이고 저래가 우짜겠노? 라고 진심인지 허언인지 분간도 안되는 걱정을 하는 아내… 위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억지로 나마 몇 숟가락 털어넣어야 약을 먹는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면 집을 나온다. 집을 나와 가는 곳은 항상, 아내와 처음 만났던 커피숖, 거기서 차를 한 잔 마신다. 아내는 나랑 처음 만난 곳이 어딘지, 아직 그런 곳이 있는지, 아니 우리가 만난 적이나 있는지 기억하는가 모르겠다. 차를 한잔 다 마시고 나면 나는 역전에 멍하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메가폰을 들고 초등학생도 웃고 갈 얘기를 진지하게 전파하는 사람들, 온갖 악기를 들고 나와 공연을 하는 사람들, 거기서 노숙하며 왜 이리 시끄럽냐며 짜증내는 사람들, 별 사람들이 많다. 난 그들을 구경한다. 지금 이렇게 아파 언제 죽을 지 몰라도 난 아직 거리의 사람은 아니구나 싶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나마 따듯한 가족들의 울타리가 나를 두르고 있다. 

나는 전도 유망한 의사였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젊은 시절, 나는 시간을 낭비했다. 참 많이도 그만 뒀다. 이 병원 그만 두면 저 병원 가면 되는 것이고 까짓거 한달 정도 놀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 없으니 맘껏 살았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한 댓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병원비에 생활비 빼고 나면 남는게 없다. 모아 둔 돈이 없으니 하루 하루 빠듯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고 아픈 몸 이끌고 소일한다는 곳이 고작 역전 앞 광장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젊은 시절 돈을 더 많이 벌었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난 내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놨다. 내가 죽으면 가족들 앞으로 보험금이 나온다. 그나마 지금의 나에게는 최고의 위안이다. 그런데 보험을 들고 난 후 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죽어 가족들 앞으로 지금 돈이 나오는 것과 지금 가족들에게 짐이 되면서 까지 그들 곁을 지키고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가족을 위해 좋은 것일까? 나는 항상 이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가 더 좋다고 생각하여 실제 자살시도를 해 본 적도 있다. 침대 프레임에 허리띠를 묶고 허리띠 반대 쪽을 목에 묶어 목을 졸라도 보았고 양쪽 경동맥을 두 손으로 한참 압박하고 있어 보기도 했다. 다 실패했다. 매번 자살 시도가 과감하고 깔끔하지 못하고, 허접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죽을 용기가 아직 없는 것이었다. 죽을 용기는 없는데, 자살사고(suicide thinking)만 소심하게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래서, 한번은 역적 앞 대형 백화점 옥상에서 추락사 해볼려고 했다. 대형 백화점 옥상에 가 보니 어린이들 놀이 공간으로 예쁘게 꾸며놨다. 죽음과는 영 안 어울리는 공간이다. 여튼 나는 뛰어내리기 좋은 곳으로 갔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잡는다.‘아저씨, 죽을려고? 여기서는 죽지 마. 민폐가 너무 심해.’그렇게 한마디를 하고 돌아서 가버리는 어느 소녀. 멍 했다. 저 소녀는 내가 죽을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저러는 걸까? 그리고 민폐가 심하다는 말은 가슴 속에 꽂혔다. 뛰어 내리려는 곳은 어린이 놀이 공간, 아래는 여러 사람이 꿈을 펼쳐다 보이는 광장. 그렇다. 이 곳은 죽기에 좋은 공간은 아니었다. 쳇, 죽기 전에 그런 것까지 생각해 줘야 하는 군. 여튼 여기서 죽겠단 생각은 접고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갈 때도 엘리베이터로 한번에 내려가지 않고 최대한 내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그렇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가며 이것 저것 구경을 했다. 그래도 애비라고 애들 뭐 사 줄 거 없나 하고 게임이나 청소년 복 파는 곳을 이리 저리 헤매고 다니는데, 또 누가 내 어깨를 잡는다. ‘아저씨 거긴 아저씨가 찾는 거 없어.’ 그 소녀다. ‘너 누구니?’ ‘내가 누군지는 중요한게 아니고 아저씨 필요한 거 살려면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4층으로 가봐요.’ 그러고 그냥 가버린다. 멍하니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헉 하는 들숨과 함께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결코 서두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지하 4층을 눌렀다. 지하 4층이다. 문이 열린다. 여느 백화점이랑 다를 바가 없다. 할인 매대들이 있고 주차장이 있고. 그런데, 기묘한 한 곳이 보이는데 매대 간판에 이렇게 써 있었다. ‘죽고싶으신 분’ 별로 놀랄 것도 없이 나는 그곳으로 갔다. 여느 판매원이랑 다를 바 없는 어느 아가씨가 안내를 한다. 여기는 죽음을 파는 곳이라고. ‘죽음을 팔아요?’ 죽음을 사면 당장 돈을 내지는 않아도 되는데 죽음을 그만두고 싶을때 다시 오면 죽음을 샀던 기간만큼 생명으로 그 댓가를 치르면 된다는 것이다. 아가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죽음을 구입하는 즉시 산 사람이지만 죽은 사람과 똑같은 것들을 경험한다고 한다. 죽은 사람이 보이기도 한단다. 만일 죽음을 구입한 기간 만큼 생명이 남아있지 않다면 살아있는 존재는 사라지고 영원히 죽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죽음을 구입한 기간 이상으로 생명이 남아 있다면 그 남은 생명에서 살아있는 날들이 차감되는 방식이라 한다. ‘뭐 나쁘지는 않군. 근데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사기를 치는 거냐?’ 그러고 다시 그 아가씨를 올려다 보니, 아까 두번 내 어깨를 잡던 그 소녀였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나한테 나쁜데 뭐가 있나? 죽기 전에 죽음이 뭔지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좀 더 일찍 죽는 것 밖에 잃는게 없구나. 나는 그러기로 했다. 계약서를 쓰고 지장을 찍었다, 주의 사항에 이 계약서는 죽음 서비스를 그만 두고 생명으로 그 시간을 정산할 시 반듯이 들고 와야 하고 분실 등의 사유로 그렇지 않을 경우 영원한 죽음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좀 섬뜩하긴 했지만 뭐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계약서를 쓰고 지장을 찍고, 백화점을 나와 광장을 거쳐 버스를 타고 집에 올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역시 사기였어, 잼있는 경험 한번 한 걸로 치자’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깜짝 놀랐다. 해가 두개인 것이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그 태양과는 다른, 약간 옅은 빛을 띄면서 태양 옆에 떠 있는 분명한 광명체가 있었다. 저건 달인가? 한참 궁금해 하고 있는데 누군가 헐레벌떡 하며 내 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당신 누구냐고 깜작 놀라 소리 지르니 대단히 죄송하다고, 자기는 죽음 서비스를 담당하는 일대일 전담 코디네이터인데 앞에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이렇게 늦었다고 대단히 죄송하다고 한다. 자기 일은 내가 죽음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궁금한 점들을 설명해 주고 죽음 서비스가 끝나기 전에 사망할 경우의 뒷처리 등을 담당하고 죽음 서비스를 그만 둘 때 차감하고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 알려 주는 등의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고 한다. ‘아! 어제 일이 사기는 아니었구나,‘ 그럼, 지금 보는 태양 옆의 저 별은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그것은 죽은 자들이 보는 태양이라고 한다. 보통의 태양과는 거꾸로 돌아가서 자기가 생전에 겪었던 일들, 특히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다시 겪도록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일단 오늘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늘상 가던 역전으로 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다르긴 달랐다. 얼굴이 창백해서 시체같아 보이는 사람들, 머리에 구멍이 난 사람, 온 몸이 토막이 나 겨우 덜렁거리며 붙어 있는 사람,,, 아! 저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구나. 나도 죽으면 저렇게 하고 돌아다니는 건가? 역전에 내렸다. 메가폰을 들고 매일 열심히 포교를 하던 사람,,, 가만히 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마이크에 입을 같이 대고 찬송을 같이 부르는 망자가 있었다. 그들은 듀엣이었던 것이다. 매일 잊지 않고 여기 나와 노래하며 포교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겠구나. 노숙자의 이불을 같이 끌어다 덮고 있는 귀신들, 노숙자들이 마시고 있는 소주의 향을 맡고 있는 귀신들,,, 역전은 갖가지 귀신들의 세상이었다. 섬뜩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져 나는 역전 대형 백화점으로 갔다. 옥상에 가니 더 가관이었다. 내가 내려다 보던 그 장소, 자살 단골 명소였나보다. 거기서 뛰어내리는 귀신들이 얼마나 많은지 귀신들이 줄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이봐, 나 얼마나 살아? 자네 그거 안다며?’ 코디네이터에게 물었다. ‘아, 네 그건 계약서 반납하시고 계약 종결 후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빡빡하게 굴긴…’ 줄 서서 기다리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내리는 귀신들을 보며 저게 저렇게 쉬운 거면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옥상도 귀신들과 인간들이 섞여있긴 마찬가지였다. 풍경도 섬짓하고 재미도 없어 집에나 일찍 들어갈까 하고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집 안에 사람 말고 뭔가가 있다는 것을. ‘너냐?’’응 아버지 나야’’그래, 너구나’ 그녀는 십수년 전 목숨을 끊은 나의 여식이었다. ‘왜 왔니?’”아버지가 이 세계로 왔다길래 인사나 하러, 왜? 안돼?’’뭐? 왜? 안되? 인사나 하러 와?’ 이 불효 막심한 년이 아직까지도…’’역시 아버지 여전하구나. 얼굴 봤으니까 됐어. 어서 빨리 아버지의 세계로 돌아가. 여기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 없어. 그리고 난 여기서 그 사람 만날 수 있어 행복해. 고마워, 아버지’ 그러고 그녀는 사라졌다. 그녀는 자살을 했다. 결혼을 반대했다는게 이유다. 난 도대체 그게 이해가 안된다. 이 긴 긴 세상, 저 잘 살아라고 반대한 결혼 아닌가? 그것 때문에 나 먼저 가? 이런 몹쓸 년.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나는 당시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 지 잘 살아라고 결혼 좀 반대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서 자살을 한단 말인가? 그러고서 지금 날 찾아오기까지 해?’부들부들 떨렸다. 부들부들 떨리면서 자기가 반대한 그 남자에게 한 짓들이 하나 둘 생각이 났다. 그랬었다. 나는 폭력배들을 고용해서 일주일 정도 그를 감금시켜 놓는가 하면, 어디 어선 같은데 태워서 중국이나 동남아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제발 그사람의 생사 만이라도 알게해 달라는, 그 사람 어디 있냐고 애원하는 딸아이의 청을 매몰차게 거절해 버리고 결국 둘을 내가 가진 힘으로 헤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어선에 태워 보낸 몇일 후 그 남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마지막 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아이도 자살을 했다. 난 잘못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은 딸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 어찌 의대까지 보낸 내 금쪽같은 아이를 건설현장 막노동이나 하는 철학과 나부랭이한테 준단 말인가? 길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봐라. 누가 잘못한 것인지? 그래, 난 잘못한게 없어. 난 잘못한게 없어. 난 잘못한게 없어… 그렇게 스스로 잘못한게 없다고 되뇌일 수록 그 일은 온통 나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해 버렸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 세계의 태양을 거꾸로 돌며 과거의 잘못된 일을 다시 겪을 기회를 준다 그랬지? 코디네이터에게 물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나? 죽은 사람인데.’’네 있습니다. 불러 드릴까요?’’음 부탁하네. 저기 이름은,,,’하는데 벌써 그가 그의 앞에 와 있었다. ‘아버님, 절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구요.’’으,,,응…잘 지냈나? 여,,,기서 지내는 건가?’’네, 죽은 영혼들은 이 세계에 올 수 있어요. 여긴 죽은 이와 살아있는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이지요. ‘그렇군,,,어,,,저,,,내가 이렇게 자네를…’’말씀하세요. 꼭 저를 만나 하셔야 할 그 말씀을 하세요.’’미안했네’그러고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정말로 미안했네. 딸 아이를 위한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었어. 다 내 허영심 때문이었던 거야. 앞길이 구만리 같던 자네에게 내 몸쓸 짓을 했어. 정말 잘못했네. 용서해 주게. 흑흑흑’’괜찮습니다. 아버님. 정말이예요. 죽음은 훨씬 자유로와요. 아버님에 대한 원한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면 전 아마 아주 흉칙한 원귀가 됐을 겁니다.하하. 아버님 벌써 용서했으니까 맘에 두지 마세요. 또 하실말씀 있으신가요? 오늘따라 절 찾는 사람이 많네요. 저한테 뭘 잘못한 인간들이 왜 이리 많은지 하하하’그러고 그는 사라졌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용서해 달라는 한마디가 이토록 내 마음을 짖누르고 있던 죄책감을 씻어버리고 날 가볍게 만들어 줄 줄은 몰랐다. 아~ 이렇게 거꾸로 가는 태양을 따라 내가 지은 죄들을 속죄하는 것이구나. 나는 그렇게 큰 죄부터 작은 잘못까지 거꾸로 가는 태양을 따라 속죄를 했다. ‘이보게 코디네이터 양반. 내 이만하면 할만큼 다 한 것 같으니, 이 서비스 그만 할려네. 흉칙한 시체들이 돌아다니는 것 보기도 이제 너무 질리고.’’정말이세요? 정말 속죄 다 하셨어요? 이번 서비스에 다 못하시면 두 번째 기회는 없어요. 그만 하셔도 되겠어요?’’내 어찌 그걸 다 기억하겠나? 대충 기억나는 대로 했을 뿐이지. 나머지 죄는 염라대왕 앞에서 갚아야지. 둘은 계약서를 들고 백화점 지하4층으로 갔다. 그 여자 직원이 있었다.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당신의 남은 수명은 하루 입니다. ‘뭐,,, 뭐라구??? 하루??? 내가 그런 속죄 따위 할려고 시간 낭비하고 보니 하루를 더 산다고? 이 사기꾼 같은 놈들아~!!! 그렇게 소리 지르는 동시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백화점 지하 4층은 애초에 없는 층이었다.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만 있고 주차장은 지하 3층까지만 있었다. 터덜터덜,,, 그는 집에 가면서 생객했다. ‘하루라, 하루가 남았다. 이 하루동안 뭘 할 것인가?이미 죽은 이들 중 속죄할 이들에겐 속죄를 했는데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생각하니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집에 들어가니, 여전했다. 의례 하는 인사말들 ‘아빠 왔어?’”?뭐하다 왔어?””여보 식사는 하셨어요?’같은 말들이 오가고, 좀 있다 같이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또 구역질을 했다. 약을 털어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남은 하루의 아침이 밝았다. 나는 나의 아내에게 갔다. ‘여보, 미안하오. 내 좋은 남편이 되고 싶었지만 내 당신에게 못할 짓이란 못할 짓은 다 했소. 그리고 늙고 병든 몸으로 당신에게 짐만 되었지. 이런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소?’’먼 소리래? 갑자기 왜이래? 죽을 때가 되었나? 이 양반아 당신이 나한테 못할짓 하는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반 농담삼아 말을 받던 아내는 내 눈빛의 진지함을 보더니 그저 말 없이 꼭 안아 주었다. 그렇게 둘은 꼭 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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