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원룸 옥탑방 앞 평상에 앉았다. 여기서 서울타워까지를 바라보면 빈민가와 빌딩숲이 다 보이고 그렇게 세워진 서울을 기념이라도 하듯 중심에 탑이 서 있다. 그 평상에 앉아 소주 한병을 이빨로 깠다. 한 모금씩 들이키며 주고 받기를 몇번 하니 금새 한병이 없어진다. 또 한병을 이빨로 깠다.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한 모금씩 돌려 마시니 또 금새 한병이 없어진다. 세병째 깠다. 원룸 옥탑방 앞 평상에서 이렇게 소주를 마시면 얼마나 마시는지 세지를 않는다. 그냥 들어가는 만큼 마시고 옥탑방에 들어가 그대로 쓰러져 잔다. 오늘도 그러기로 하고 소주와 오징어 다리를 잔뜩 사왔다. ’우리 어쩌지?‘’뭘 어째?‘’계속 이렇게 살 거야?‘’그럼 뭐 사는게 다르게 사는 것도 있냐?‘입닥치고 마시라는 소리다, 그렇게 한참을 퍼마시더니 곧 약속이라도 한 듯 옥탑방으로 들어가 뻗어 잔다. 그리고, 내일 아침 해장 라면은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끓이는 거다. 해장라면을 묵묵히 먹다가 한사람이 다시 말을 꺼낸다.‘아 시발 정말 이렇게 살 거냐고?’‘누가? 누가 이렇게 산데?’‘그럼, 그럼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냐?’‘있지. 물건 들어온데, 곧. 그거 들어오면 내다 팔 거야?’‘너 뽕 얘기 하는 거냐?’‘응’‘아이고, 이 사람아 그건 아무나 한데? 누가 우리같은 사람한테 물건을 맡기니?’‘내가 다 작업해 뒀어. 넌 나랑 운반하고 팔기만 하면 되.’
둘은 동네 양아치다. 조직이 되고싶어 안달난 동네 양아치들. 뭔가 조직 같은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시키는 일은 맨날 일수 수금 같은 것만 시킨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덤벼 이번 일에 끼인 것이다. 드디어 동네 약팔이로 승급되는 순간.‘그래서 너 어제 그렇게 마셔 댔구나. 약팔이 승진 파티?’‘개새끼, 승진은 무슨,’
둘은 그날 저녁 부두로 갔다. 들어오는 물건 확인하고 가져다가 동네 클럽 같은데서 팔기만 하면 된다고 들었다. 일단 부두에 갔더니 어디 러시아 마피아 같은 애들이 잔뜩 와 있었다. 그들에게서 물건을 떼는데 까지는 성공. 이제 그걸 동네 클럽에 갖다 팔면 된다. 돌아다녀 보니 대놓고 코로 약 빨아 댕기는 곳들이 꽤 많이 있다. 거기다 신나게 물건을 팔고 있는데,,, 들이닥친 경찰. 그 둘은 그 곳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 날은 단속하는 날이었다. 너무 단속 실적이 없어도 안되는 법. 한번씩 단속일을 정해놓고 단속을 벌이는데, 몇놈 잡아 넣을 놈들이 필요했고, 이번에 그 희생양으로 그 동네 양아치 두 놈이 선발된 것이었다. 신문에는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마약 조직이 마약을 밀수해서 국내에 유통시킨 걸 일망타진 했다고 대문짝 만하게 났다. 체포된 후 모든 것을 알게된 그 둘은 이를 갈았다. 이제 조직에 끼이는게 아니라 그 새끼들을 죽여야 직성이 풀릴 판이었다. 그들은 각각7년 형을 받고 만기출소했다. 만기출소 후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은 옥탑방 앞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쩔래?“”뭘?“”계속 이렇게 살 거니?’‘이렇게 살 순 없지. 갚아 줘야지.’둘은 끝이 보일때 까지 마시더니 옥탑방에 들어가 쓰러져 잤다. 다음날 아침, 해장 라면을 먹으며 얘기를 한다.‘계획은 있어?’‘계획은 무슨, 둘이서 계획은 무슨 계획이냐? 그냥 연장 들고 들어가 작업하는 거지.‘’그렇지?‘
그날 저녁 그 둘은 가방에 연장을 잔뜩 넣고 들어가 사방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전혀 경계를 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꽤 큰 손상을 입었다. 그 둘과 보스가 마주 앉았다. ’영광입니다 형님, 저희와 독대를 다 해 주시고.‘’영광은 무슨. 내가 영광이지. 그냥 양아치인줄 알았더니 물건이군, 물건이야.‘
이후부터 둘은 진짜 조직원이 되었다. 중요한 일들을 맡고 중요한 거래에 동행하고, 운반과 판매를 관리하는 진짜 조직원이 되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또 단속일이 떴다. 동네 순진한 양아치 몇놈 엮어다 감옥에 보내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둘은 그 짓은 정말 하고싶지 않았다. 순진한 애들 꼬드겨 감옥 보내놓고 편안히 발 뻗고 잘 자신이 없었다. 자기네 들이야 독한 복수 끝에 깡을 인정받아 조직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감옥 갔다와서 전과자로 살아가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둘은 이번에도 사고를 치기로 했다. 포섭된 양아치들이 한참 약 팔고 있을때 경찰이 들이 닥치기 전 그 양아치들을 빼돌리기로 했다. 저기 양아치 몇이 약을 팔고 있고 곧 경찰이 들이 닥친다. 그 둘은 신속히 양아치들을 빼돌려 체포되는 것을 막았다. 조직이 발칵 뒤집어 졌다. 그동안 공고히 쌓아 둔 경찰과의 호의적인 관계도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조직 차원에서 조사에 들어갔고, 그 둘이 잡혔다. 조직의 처벌은 냉혹했다. 거꾸로 매달려 매를 맞은지 몇시간은 된 것 같은데, 또 다른 종류의 고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손가락인지 발가락인지 몇개가 잘려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국은 드럼통에 시멘트와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바다 밑으로 가라 앉는다. 그렇게 둘은 마지막 술도 같이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다음날 신문에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마약조직을 일망타진 하려 했으나 판매원 몇을 놓쳤다고, 앞으로 계속 마약이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기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