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들 둘 딸린 이혼여였다. 악착같이 살았다. 가게 점원, 불판갈이 등등 닥치는 대로 일 했다. 그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의 큰 아들이었다. 항상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큰 아들은 그녀가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자 기쁨이었다. 그녀는 큰 아들에게 전 인생을 걸었다. 아들이 서울대햑교먄 가 주면 자신을 버리고 간 남편에게 복수가 될 뿐더러 그동안 이혼녀라고 있는말 없는말 들로 음해하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을 참이었다. 그녀의 인생의 목표는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옆여학교 방석을 훔치러 가다가 잡혀오는 일 정도야 장난이라 치부하더라도 큰 아들의 수학성적이 100점에서 60점, 50점, 30점, 0점으로 떨어지는 참담한 모습을 보아야 했다. 그녀는 인생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어느 밤에는 칼을 들고 나무상을 찧으며 '우리 둘이 죽자.'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의 인생이 무너지던 어느 날 큰 아들이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전 이제 더이상 엄마의 희망이 아니에요. 엄마의 인생을 사세요.''뭐? 푸하하하하 이제와서 네가 내 희망이 아니라고? 누구 맘대로? 까불지말고 엄마가 해결할테니 넌 따라 오기나 해.'이 후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유명하다는 학원강사들을 찾아다니며 모욕감을 무릅쓰고서 상담을 하였다. 영어, 수학, 국어 등등 그 과목의 최고라는 선생은 모두 찾아다니며 상담을 청하였다. 물론 얻은 것이라고는 모욕감 뿐이었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학부모 예비소집일 그녀는 자신이 왜 여기 서 있어야 할지 모를 학교에 서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여기는 내 학교가 아니야. 이 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그마저도 큰 아들은 떨어졌다. 그녀는 재수하는 아들에게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재수를 하면 분명 점수가 더 오를 것이라고 한번 삐끗한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아들은 학원에서 돌아오면 엎어져 자기 바빴다. 한번씩 자습실에 간식이라도 갖다 줄려고 가면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렇게 재수의 일년이 지나갔다.
그녀는 역시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닌곳에 서 있었다. 그 또한 학원선생이 떨어진다고 써 주지 않으려던 원서를 우겨서 쓴 학교였다. 하늘이 도우셨는지 이번에는 합격을 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한이 없는 것이 그 절망적인 학교에 합격을 하였지만 합격을 축하하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합격한 학교의 장점에 대하여 자랑하고 다니기 시작하였다.
큰 아들은 영문과를 진학하였다. 원래 물리학과를 가고 싶어하던 이과생이었다. 전혀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마음은 피폐해져 있었고 미래에 대한 계획따위는 없었다. 대학교 4년 긴시간 같지만 찰나와 같은 순간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어서도 취업이나 장래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음을 알게 된 엄마는 다시 한번 아들에 대해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엄마의 집에 와서는 펑펑 울었다. 엄마는 그 눈물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울음이 엄마의 절망에 절망을 더했다. 비빌 언덕이라고는 가족 뿐인것. 대학원을 보내기로 하고 선생을 만들기로 했다. 그제서야 큰 아들의 얼굴은 활짝 폈다.
선생이 되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다. 그런데 그 때 연애를 시작하였다. 여자를 데리고 와서 소개를 시키고 결혼할 여자라고 했다. 곧 학교에 지원하고 교사 임용시험도 쳐야할 순간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큰 아들은 서울의 어느 사립학교를 지원했고 거기서 교생실습을 마치고 영어정교사로 임명이 되었다. 천우신조였다. 그러나 그 여자와는 잘 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는지 아마도 돈 문제로 여러번 싸우더니 상견례까지 마친후임에도 헤어지게 되었다.
어느날 집에 법원에서 문서가 날라왔다. 소장 비슷한건데 무슨 채무를 불이행해서 재산을 압류한다는 내용인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머니가 큰 아들에게 따져 물었더니 영국 어학연수 갈 때와 귀국해서 취직했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린 후 생활비조로 드린 돈이 다 사채였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쓰러졌다. 119를 통해 인근대학병원으로 갔다가 큰이상은 없어서 퇴원조치되었는데 이후 어머니는 큰 아들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이후 한동안 어머니는 법원에서 오는 문서들에 쌓여 있었고 큰 아들은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리저리 대출도 땡기고 공무원 연금도 땡기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동원해 해결하기는 했으나 어머니와 큰 아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큰 아들이 하는 일은 일단 잘못된 일로 생각하였고 그 가치를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때가 되니 엄마가 큰 아들을 결혼시키려 하였는데 그 또한 시키는 대로 하지 무슨 말이 많느냐는 식이었다. 그렇게 맺어진 부부가 오래갈리가 없었다. 곧 이혼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관계도 완벽한 관계는 없다. 불신을 조장하는 일들이 쌓이다보면 그것이 부모이건 형제이건 불신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시력이 나빠 가끔 대필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