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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Sep 21. 2024

[에세이]신은 신이고 나는 나다.

쓰러졌다. 병원에 이송됐다. 검사를 해보더니 쿠싱병이란 병이란다. 그래서 자주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척추에 골절을 입었단다. 그래서 허리가 그렇게 아팠구나. 그런데, 뜬금없이 한쪽 눈에 각막궤양이 생기면서 안내염이란게 생겼단다. 실명한단다. 그외 당뇨성 발, 고혈압 등등 병이 많다.

왜, 왜 고통은 한꺼번에 찾아 오는가? 내가 입원해 있을 두세달 동안 간병을 아내와 모친이 번갈아 가며 했다. 둘다,,, 감사한다. 기저귀에 똥오줌 받아내며, 닦이며, 그렇게 병신이 다 된 나를 둘이서 살렸다. 나도 언제까지나 놀 수만은 없어서 다시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난 개인 자영업자로 개인 의원을 운영중인 의사이다. 다시 직장에 나가서 가장 힘든 게 하루 종일 앉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반나절을 앉아있다보면 오후가 되면 허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고 악마같은 통증이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진료시간을 다 채우지 못한다. 오전을 지나 오후 잠깐 일하다가 집에 온다. 일찍 문닫는 의원이라고 소문이 나다 보니 손님도 떨어져 나가고 장사도 예전같지 않다. 거의 반토막 난 수입으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먹고 살려고 하니 너무너무 힘겹다. 내야할 보험료 같은 것들도 많은데, 돈벌어 보험료 내면 먹고 살 돈이 없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다.

신을 원망했다.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기 원하던 나의 신은 이 고통의 순간에 어떤 개입을 하고 계시는가? 나의 젊은 시절 그 모든 헌신은 그저 내 만족일 뿐이었나? 하긴 나 따위가 신을 이롭게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신은 신이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매일매일의 악마같은 통증과 싸워야 하는 것은 신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다. 원망하지 말자. 언제 신이 나 안아프게 해 주신다고 약속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세상은 자연법칙을 따른다. 인생은 인과율을 따른다. 그 틈바구니에서 신의 개입을 찾기란 이제 쉽지 않다.

고통이건 행복이건, 이제 오롯이 나의 것으로 감당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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