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여름이 간다 한다. 벌써부터 날씨가 쌀쌀해졌다. 낮까지 에어컨을 돌리던 집에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했다. 따듯한 카푸치노를 한잔 만들어 먹었다. 타이레놀 한 알 과 함께. 이제 좀 괜찮아질까? 날씨야 어떻든 악마같은 통증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난 나름대로 종교적 열심을 갖고 살아왔다. 집회에도 많이 참석하고, 어디 의료선교같은 거 하면 꼭 같이 가서 참여하고. 성인군자 같이 살지는 못했어도 그렇게 나쁜짓 하면서 살지도 않았다. 난 잘못한 것이 없다. 세상에 잘못한 것 없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비교적 난 나쁘게 살지 않았다. 구도자의 삶을 살았으면 살았지, 나를 위해 즐기면서 살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 남은게 무엇인가?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장애인의 몸,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는 마음. 그것밖에 뭐가 남았나? 앞으로 일을 할 수 있을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 별 것 없다. 너무 잘 살아낼려고 할 필요도 없고, 너무 진리의 편에 서고자 애쓸 필요도 없다. 자기 앞에 놓인 자기의 몫을 즐기며 적당히 살면 된다. 그게 뭐가 나쁜가? 열나게 헌신해봐야 그게 그저 평범한 삶 이하의 것으로 보상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냥 살아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착하게 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훌륭하게 살려고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인생만사,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저, 남들만큼 가질려고 애쓰면서, 가진 것은 적당히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