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기에 알러지가 있다. 매일 숨쉬고 피부로 접하고 해야할, 생존에 필수인 공기에 알러지가 있다. 나도 첨엔 이게 무슨 병인지 몰랐다. 갑자기 기도가 막히더니 숨이 안쉬어지는가 하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가려워 오는 것이다.
쌀 알러지, 물 알러지 같은 건 들어봤다. 그것도 희귀병이라면서 생방송으로 대서특필되곤 했었는데, 공기 알러지라니. 여튼, 병원에서 내가 들은 병명은 분명 공기 알러지 이다. 병원에서는 나보고 항원이 될 만한 물질이 전혀 없는 무균실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단다. 거두절미, 난 그렇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게 사는 건가? 또 그런 병실 사용료는 누가 낸단 말인가? 난 그저 평소처럼 생활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무슨 일 생기면 응급 키트 사용하고, 매일 예방약 먹으면서 그렇게 살기로 했다. 뭐 주변에서 유난만 안 떨어주면 꽤 살 만한 삶이다. 매일 아침 예방약 챙겨먹고, 알라지 어택 오면 응급키트 주사 맞고, 뭐,,, 그 한계를 넘기면 병원신세지고 돌아가실 수도 있겠지만. 여튼 죽음의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 삶 아닌가?
첨엔 착실히 적응이 잘 됐다. 매일 아침 예방약을먹고, 외출 전 응급 키트를 여러 개 가방에 넣고, 그러고 돌아다녔다. 새삼 느낀 거지만, 우니라나 공기 넘 안좋다.알러지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편하게 들이마시고 내뱉을 만하지 않다. 공기알러지라는 것이 있고 보니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난 산 좋고 물 좋은 자연의 세상의 공기에도 알러지가 있어서, 대기오염과는 그리 관계되는 일은 아니다. 괜한 공기탓 좀 해봤다. 모든 만성 질환이 그렇듯이 관리가 게을러진다. 한번씩 예방약도 빼먹고 나오고 응급키트도 가방 안에 몇개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다가 숨넘어가 응급실 신세 신 적이 몇번 있다.
어느 날에서부턴가 삶이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먹여야 하는 예방약도 그렇고 매일 갯수별로 챙겨야 하는 응급 킷트도 너무너무 귀찮아졌다. 슬~ 이럴거면 그냥 병원 무균실에 입원애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환자역할을 하게 되어 사회적 의무로부터 해방 될 수 있고 귀찮은 약들 안챙겨도 되고, 병원이니 응급상황에서의 처치가 용이하다. 비싼 병원비야 엄빠한테 눈물로 호소해 보기로 하고, 그럼,, 모든게 해결된다. 그래서 다음 외래 진료일에 교수에게 입원치료를 의논해 보려고 하는데, 이건 또 뭔 소린가? 새롭게 보고되고 있는 이 공기 알러지란 병을 조기에 차단하고자 WHO에서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한 실험을 실시하는데, 나보고 동참할 의사가 있냐는 것이다. 이건 뭐, 입원시켜달랠려고 왔다가 어리둥절해졌다. 다만 그 실험이 입원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달라진점이 있다면 식사 시간이 규칙적이라는점과 하루에 몇번씩 피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맘껏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것만 제외하고 동일한 하루하루다.
실험을 끝이 났다. 원인은 알 수 없단다. 치료법도 알러지에 대한 일반적인 대증요법이지 근본 치료가 없단다. 또 다시 나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병원에 입원해 그들의 착실한 subject가 될 것인가? 위험하지만 죽을때 까지 내 삶을 살아갈 것인가? 나는 다시 나오려고 했다. 무균실의 상황에 따라 담엔 입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듣고. 나는 두 발을 털썩이며 병원을 나왔다.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내 일상을 희생해 가며 후대의 환자들을 위해 내 삶을 공여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살아야겠다. 남은 얼마간이라도 삶을 누려야겠다. 공기 좋은 암자를 향해 떠났다. 암자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나를 보더니,’부조화야 부조화. 삶이 얼마나버거웠으면 저런 병에 다 걸리누?’라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씌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어,’거 초면에 뭔 소리신지요’라고 물어봤더니. 나 같은 사람 많이 봤다고 한다. 원인은 세상 그차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신체화되어 나타난 괴질로서 치료방법은 없다고 한다. 죽을 떄까지 약먹고 살던지, 약 안먹고 죽던지 둘 둥에 하나라고 한다. 결국 원인도 모르고 치료 방법도 모르는 것이 이 병이었다. 허탈했다. 그래도 이런 암자까지 찾아온 것은 비 의학적 방법이라도 어떤 방법이 있지 않을끼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건 것이다. 이제 그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저 버린 지금, 나에게 크게 아쉬울 건 없다. 아~ 생명보험이나 들어둘 갈. 나는 암자의 저 아래를 바라다 보니 흐르는 개울이 무척이나 시원할 것 같았다. 이 모든 가려움증과 호흡곤란이 일시에 해결될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