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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dhi kim Jan 19. 2023

왜, 김어준인가?

이즈음 가장 핫 한 뉴스 주인공 가운데 하나가 김어준이다.

서울 TBS에서 아침 시사프로 <뉴스공장>을 진행하며 6년여 동안 줄곧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았던 김어준을 내쫓은 서울시가, 후회할 만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TBS와 똑같은 스튜디오와 진행형식으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동시 접속률 20만에 구독자 수 100만을 그리고 슈퍼쳇 세계 1위를 단 며칠 만에 달성해 버린 것이다. 매체마다 이 소식을 전하면서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시기심까지 더해 떠들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어느 매체도 단 며칠 만에 이런 성과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도를 보노라면, 동시 접속자 수와 구독자 수 그리고 세계 1위의 슈퍼쳇에 관한 관심이 전부 인 듯하다. 그런데, 김어준만이 그런 결과를, 그런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김어준 이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서울 종로 지역인 우리 집은 전통 보수였다. 당시 정치에 별 관심도 없었지만 선거철만 되면 의례 식구 모두가 여당에 도장을 찍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정부 쪽에 기대야 뭔가 안정될 거 같다는 암묵적인 취지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호남지역에서 근무하게 되며, 그 지역 인구 대부분이 모두 야당인 민주당 지지자임을 알게 되었으나 그래도 도저히 야당 쪽에 한 표를 줄 수는 없었다. 심지어는 어느 해, 대통령 선거에는 이회창과 김대중이 나왔는데 내가 해외로 출장을 가게 되어 선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말하기를 반듯이 1번 여당을 찍어라 그러지 않으면 선물을 안 가져올 거라는 엄포? 를 놓고 떠나기도 했고(당시 함께 하는 가족 일원이 다른 편을 지지해서), 또 다른 선거에서는 동료들이 농담조로, 선거일에는 나를 납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는 여전히 마음에 변화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라만 잘 굴러가면 되지 뭐가 이러 쿵 저러 쿵 하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세월호가 터졌다.

TV를 통해 바라본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다. 물론 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이 관련된 건 없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그 참사를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짐 하나를 스스로 떠안게 된 거 같다. 왜냐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을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치 돌덩어리 같은 게 마음 한가운데에 탁하고 얹혀 있는 느낌이었다. 그 많은 아까운 어린 생명들을 어쩌나, 불쌍해서 어쩌나, 그 귀한 자식들을 가슴에 묻었을 그 부모들은 어쩌나… 도저히 그 원인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 마저 들었다. 그때부터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온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꼼수를 진행하던 김어준의 팟빵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뭔가 서서히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으며 더 나아가 위안까지 받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방송을 통해 만난 김어준은 도저히 상식적인 잣대로는 그 캐릭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명박을 싫어한다. 왜 그러면 안 되나?”라는 도발적인 서두로 시작하는 방송을 들으며 뭔가 얻어맞은 듯한 느낌, 별세계 사람을 만난 느낌, 자기 생각을 이렇게 거침없이 뱉어내는 사람을, 그것도 전파를 통해서. 그때까지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그 무언 가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그의 생각을 전하는 방송 첫 멘트에서는, 내가 어찌 가늠할지 모르는 시사의 맥을 탁 짚어주거나 막힌 속을 시원하게 열어주거나 또는 떠도는 썰들을 팩트 체크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게 했다. “내 방송은 편파적이지만 과정은 공정하다”는 그의 의도는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각 분야 인사들을 인터뷰할 땐, 결코 상식적으로는 생각 못할 질문들을 던져 청취자들에게 긴장과 재미를 주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아 둔다. 간혹 대상자가 무례하거나 당황스러울 듯한 언급을 해도 결코 화내거나 삐치지 않는다. 시사 방송이지만 다루는 주제도 정말 다양하다. 우주와 과학의 세계, 스포츠, 문화계, 벤처 기업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들의 창출 과정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며 심지어 패션계까지 두루두루 그의 관심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다양한 주제를 다룰 적마다 보여주는 그의 해박한 첨가 설명에도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게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AI문제점에 관한 그의 의문이 마음에 든다. 이쯤 되면 뉴스공장은 한번 주파수를 맞추었다 하면 도저히 다른 채널로 돌릴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 왜 그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아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런 진행능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예전에 나왔던 방송들까지 틈만 나면 재미가 있어 들어보며 몇 가지 가늠자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김어준의 방송을 듣다 보면 그의 상상의 나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흔히 ‘공작을 한다’라고 정치권에서는 폄하하려고 하지만 그의 상상의 나래는 삶의 각영역을 망라하고 있어서 정치 영역은 그 가운데 하나 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사 프로그램은 모든 영역을 가리지 않고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무한한 상상의 나래는 어디서 왔을까. 그의 성장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흔히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욕심이 많다. 이렇게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자신들의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일이 허다하다. 부모세대가 못다 한 것을 내 자식이 했으면 하는 헛된 욕망이다. 그래서 그 자식이 잘못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 하나. 대학 전 과정 1등에 누구나 부러워 쳐다보는 늘씬한 8등신 미모를 지닌 친구가 본인이 원하는 바와 달리 부모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결국 세상을 달리하는 것으로 표현했던 일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나는, 김어준의 부모가 자식을 대했던 예화들을 들으면서 정말 자식은 저렇게 키워야 한다는 열렬한 박수? 를 보낸 적이 있다. 소위 범생이로만 키우려는 집안에서는, 틀에 박힌 사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그렇게 키운 자식에게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쳐 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언감생심이다. 왜냐하면, 성장과정에서 내가 나를 스스로 가꾸고 지켜내는 방법을 터득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길을 가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부모의 대용품이 되어 살아가기 십상이 아닌가. 그런 자식이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내며 자긍심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리는 만무하다. 왜냐하면 내가 나를 지키고 가꾸는 소중한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만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의 날갯짓을 멋지게 키우다 보면 저절로 세계적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각 영역의 최고 지위까지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날개 짓에 해당하는 단초가 얼마 전 글에서 내가 썼던 “퀄리아 Qualia” 다. 

즉, 나 만이 경험할 수 있는 주관적인 느낌, 그 느낌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곧 <인지능력 확장>의 첫 단추 이기도 하다. 김어준을 통해 내가 즐기는 것은 그의 퀄리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김어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애초 세월호 때문에 풀리지 않은 의문에서 비롯된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내가 그에 대한 관심을 거둘 수 없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그 만의 경험세계를 내가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매력은 누구와 도 견줄 수 없는 무한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그의 매력에 무작정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도? 그의 날개 짓에서 불어오는 그런 신선함과 재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그의 세계를 계속해서 들여다볼 것이다. 나도 정말 즐거운 일이기에.   

 

다음 글은, 아직 미완성인 내 본업? <인지능력 확장 방법>, 시리즈 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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