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인이 느끼는 또 다른 감상 …
-사계의 막이 내려지다 –
폭발적 인기를 업은 <폭싹 속았수다>의 사계를 그린 16막의 대단원이 내려졌다. 이즈음 힘든 사회 상황이라 오히려 더 빛을 발했던 것 같은 작품이었다. 이 시리즈에 대중의 공감 포인트가 다양하게 그러면서도 격하게 분출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성공한 작품의 위력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도 엄마도 자식도 부모도 형제자매도 그리고 이웃 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우리의 인생 드라마였다.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너와 나의 이야기가 어쩜 이토록 잘 녹아들게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작가와 감독 그리고 연기자들에게 무한한 찬사와 감사를 보낸다.
동시대를 살았던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메시지의 다름을 전하고 싶다. 우선, 빠짐없이 등장하는 시대상이었다. 말하자면 그 시대 일어났던 사회상황의 사건들을 드라마 속 뉴스 거나, 상황에 따라 터져 나오는 이야기 들 말이다. IMF, 금 모으기 운동, 히딩크 감독의 우상적인 활약상,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게 했던 축구, 강호동의 금메달로 온 국민이 저런 자식을 둔 부모가 얼마나 좋겠나 하는 부러움까지... 당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우리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동시대인들은 드라마 장면장면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았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2000년대를 맞이하는 극 중의 카운트다운 씬은 동시대인이라면 그때의 흥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 더 큰 놀라움을 전해준 것은, 이 작품의 작가가 이제 40대라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다. 그녀의 상상력 그리고 철저한 자료준비, 그리고 그것들을 잘 구성해 내는 그녀의 막강한 능력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40대인 그녀가 만들어낸 창작의 결과가 동시대를 살았던 나로 하여금 그리고 어느 세대에나 통할 수 있는 감동과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그녀의 열정과 인내 그리고 꼼꼼한 사료 준비 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은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노력과 인내를 시작으로 거기에 스스로의 열정과 흥분이 따르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작업의 결과가 결국에는 남녀노소 모두, 아니 전 세계를 아우를 정도의 공감력을 얻어낸 것이다. 작가가 작업하는 동안에 느꼈을 법한 감격과 흥분이 우리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또다시 무한한 찬사와 박수를 작가에게 보낸다. 이것이야 말로 그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나 만(?) 이 뽑아내는 메시지가 있다면 주인공 애순의 성공스토리다. 성공 스토리라니까 결혼 자식 그리고 가난했지만 다사다난했던 삶 속에서의 행복을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는 관전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문학소녀의 꿈을 가진 애순이가 그 지난했던 삶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고 시인의 꿈을 이루어 낸 것이다. 나이 들어 드디어 시인 오애순으로 책을 출간해 내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차피 누구나 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 나온 건 아니고 나와졌을 진데, 그 인생의 보람과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으니 자신의 운명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고 또한 선택을 받는 것도 모두 어느 정도 내 책임 하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채 서서히 누군가 에게로 원망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하면 그 인생은 볼 것도 없이 망한 것이다. 그게 재산이나 명예 그리고 사회의 어떠한 명망 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괴로우니 보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누군가를 원망하는 생각이 우선 떠오른다면, 그 사람은 잘못 살아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도 덧붙이고 싶다. 인생은 그런 거다. 누구나 멋모르고 세상에 태어났지만 각자의 몫을 얼마나 보람차게 이루었는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각자의 책임에 달려 있다.
애순의 삶은 고비고비마다 그 선택에서 결코 남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그녀가 가진 꿈을 결코 놓지 않고 이루어 내었다는 것에 열렬한 찬사를 보낸다. 동시대를 살아온 내게 그런 가치 들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힘든 삶을 살다 보면 자칫 자신 본래의 꿈이나 목적성은 모두 잃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나는 내 인생 결실의 작품을 한국에서는 눈길도 주지 않아, 할 수 없이 미국에서 올해 1월에 책으로 냈다. <Expanding Cognitive Capabilities> 평생을 인내와 열정 그리고 가끔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 끝없이 추적해 나가 드디어 찾아낸 ‘인간 인지 능력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방법을 찾아 서술해 낸 것이다. 누군가의 이러한 열정의 결실은 모두에게 전해져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 만이 해 낼 수 있는 삶의 멋이 아닌가. 애순이처럼.
작품 <폭싹 속았수다>는 작가의 집념을 통해 애순이라는 가상의 주인공과 작가의 성공이 따불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무한한 찬사와 함께 소중한 내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