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리고 오늘 그리고 내일
10년 전 20년 전의 내가 올렸던 글들을 우연히 찾아내게 되었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10년에 한 번 꼴로 큰 시련이
운명처럼 찾아왔다.
운명이 날 어디로 이끌려고
운명이 내게 어떤 사명을 맡기려고
이다지도 평범한 나에게
평범치 않은
감당이 안 되는
짓눌려 죽을 것 같았던 시련들을
주었는지.
그럼에도 살아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고 있다.
날 죽이는 것 외에는 날 강하게 만든다는
말을 몸소 실천했다.
20년 전의 글들을 지금 다시 봐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오글거리지 않는다.
난 진실하니까.
진실은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으니까.
내 감정 그대로를 적었을 뿐이니까.
그때도 지금도 조금은 까다롭고
고집스럽고 아닌 건 아닌 거고
항상 내 감정에 충실하고
양심에 충실하고 종교가 없었던 시절에도
종교에서 얘기하는 도덕 이상으로
자신을 가꾸면서 살았었고
사랑 그 외에는
누구에게도 지킬 수 없는 말은 한적 없고
그렇게 살아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건 내 아버지가 몸소 실천하며
몸으로 내게 전해준 내게 씌운
굴레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가끔은 굴레 같기도 했던 날 구속하고
갑갑하게도 했던
그 가르침이 날 심연에서 구해주었다.
고로 난 인간은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타고난 공통된 연민 양심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가끔 손해를 볼지라도
시련을 겪을지라도
지킬 양심은
아니 설사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양심이다.
그게 증조부 그리고 그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DNA속에 묻어준
구원의 씨앗이라 생각한다.
최근 삼 년간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더욱 절실히 느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겠다고
그래야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야 조상과 후대에 부끄러움 없을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라.
돈을 꾸지도 꿔주지도 말라.
돈을 허투루 쓰지 말아라.
이 세 가지만 좀 더 새겼더라면
시련들을 빗겨 나갈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다시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