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by 수호천사

매일 아침 35센티쯤 되는 미니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조식 사러 다녀온다.

아침은 거의 사서 먹는 편이다.

걸어서 다녀오면 16분

스케이트 보드로는 8분

시간 절약이 주목적이였는데

자주 타다 보니 평형감각도 좋아지고

이젠 신발처럼 발에 착착 감긴다.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조식 사러 다닌다.

이제 겨울에 스노 보드를 타러 가면

도움 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거의 매일 아침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조식을 사 오곤 한다.

울퉁불퉁 한 길이든

반듯한 길이든

강약을 조절하면서 휙휙

잘 미끄러져 다닌다.

어제 아침엔 비길에 방지턱을 내려오다가

넘어져 버렸다.

왼발로 가볍게 대고 걸어 내려오다시피

했는데 빗길에 강약 조절이 잘 안 되었는지

순간 딴생각을 했었는지

스케이트 보드는 앞으로 밀려나가고

내 몸은

엉거주춤 뒤로 넘어지게 되었다.


운동신경이 좋은 덕인지

그 순간 오른손 손바닥으로 땅을 잡고 금방 일어났다.

엉덩방아도 찢지 않고

2초 만에 바로 일어났다.


내가 40대 초반이 아니라 60 대혹은 70대였다면

같은 동작이어도

필히 오른쪽 팔뼈가 부러졌을 거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만큼 오른쪽 팔이 아파왔다.

팔이 땅에 대인 것은 아니고 갑자기

넘어지면서 팔근육이 뒤틀린 것 같았다.


다시 일어서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오른쪽 팔 전체를 흔들며 마시지 효과를 주자


2분 정도 지나니

근육들이 제 자리를 찾아간 듯

통증이 덜해졌다.


집에 들어가니 조금 늦은 출근 시간

아마 늦은 시간이라 조급해져

넘어졌을 수도 있다.


오늘따라 딸애가 문 잡이를 잡고

스스로 열겠다고 고집부린다.


우리 집 문은 안으로 당기면서 열어야 열린다. 그런 것도 있고 문은 애가 혼자서 열지 못하도록 교육되어 있다.

혼자 애를 집에 둘일은 없겠지만

혹여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와서 문 열라고 하면 열어주지 말라는 교육 중 일환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뭔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

시점에 딸애까지 말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역정이 났다.

비키라니까. 저도 몰래 목소리를 높였다.


뒤에 있던 집사람이 얼굴색이

안 좋아진다


늦은 것 같으면 내가 애를 학교 데려갈게 자기 먼저 출근해.


그 말에 더 역정이 나고 찜찜했지만

그러마 하고 엘베 타고 내려갔다.

주차장에 내려가서 처를 타려다가 시계를 차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다시 시계 가지러 집에 올라갔다.

그사이 5분이나 지났음에도

집사람 아직도 출근 준비 중이다.

뭐라 말할 것도 없고 기분도 찜찜하여

그냥 내려갔다.


출근 후 집 평소처럼 집사람한테 동영상 두 개를 위챗으로 보냈다.


메시지가 날라 온다.

애가 뭘 그리 잘못했기에 애한테 그런 거야


네가 집에 올라오니 애가 방으로

숨어들었어.


애 아침에 중간고사 있었거든.


그리고 낮에는 이런 동영상 보내지 마

일하는데 지장 주니까


저녁에 보내고

애가 왜 그렇게 했는지 잘 생각해봐.



몇 달 만에 또 이렇게 훈계조로 나온다.

잊혀 있던 예전일들이 또 생각난다.


가족 사이에는 불가피하게 오해와 실수가 있을 수 있어.


또 예전 그 낯선 모습으로 돌아 가게 하지 마.


동영상 보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너무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말아 줘.


할 말 없어. 더 이상 메시지 보내지 않는다.


귀찮으면 날 삭제 하던가.


끝내는 하지 말아야 할 그 말까지 해 버렸다.


작년에 자주 부부 싸움을 하던 그때

한번 그녀가 내가 별 말을 안 했는데

위챗에서 날 삭제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때 그토록 황당하고 기분 나빴는데

결국은 그 말을 다시 돌려주고 말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내가 얼마나 수양을 닦아야 이 전쟁에서

해방되려나.

술도 끊었고

한번 다시 일어서 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번 주가 비상이라고

수요일까지 비상이 이어진다고

큰 변수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음에도 비난과 원망은 멈추지를 않는다.


집사람 입장에서는 또 참고 참아 그 정도로만 내게 표현했을 수도 있다.

예전 성격 같았으면 그 자리에 터지고

서로 소리치고 고함지르고 터졌을 수도 있다.


집안일

밖에서 수습하고 있는 일

밖에서 벌어지고 일들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돈 버는 일 …

모두다 잘 하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애쓰고 있건만 막막함에 서운함에 섭섭함에

저도몰래 눈물이 고인다.


서로의 불같은 성격 역시 수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보지만

수양 부족으로 해서는 안될 메시지까지

보내 버렸다.


어떤 일은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무리가 되어 가는데

어떤 일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내 맘이 내 맘대로 조절이 안된다.


안식처가 전쟁터가 되어 버리는 일상

노력으로 해결 안 되는 일들도 있음을

절감해간다.


언제면 이 전쟁이 끝날까.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가는 것이 답일까.

책임이란 이름으로 서로 구속하고

서로 말려 죽이는 것이 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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