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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Feb 06. 2023

5수 끝에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5번 만에 합격한 일에 대하여

 의외였다. 


내가 오기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브런치 팀에서 온 작가 불합격 메일의 수를 헤아리며 생각했다.

 웬만하면 포기하기 일 수였다. 아니, 어려우면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이 나란 놈이다. 

시험문제도 어려운 문제는 맨 마지막에 풀었다.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가 제일 컸다. 특히, 한 번이라도 실패를 맛봤다면 복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들떠보지 않았다. 시험이 끝나고 답을 채점하는 시간이 가장 싫었던 것을 미루어보면 알 수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최악의 수를 생각하고 '결국 안될 텐데'를 외치며 돌아서는 것이 여태까지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5번이나 같은 목표를 위해 도전한 것은 굉장히 낯설었다. 심지어 분석까지 해봤었다. 글의 어떤 부분이 읽기 불편했고, 요즘 뜨는 글 트렌드는 무엇이며, 맞춤법이라도 틀렸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어째서?


 오래전부터 혼자서 블로그에 비공개로 끄적이던 글이 수백 개가 넘는다. 말도 안 되는 혼잣말부터 서평, 영화 리뷰, 신문 스크랩 등 뭔가 기록하기를 즐겨했다. 그중 마음이 적적할 때마다 써내려 갔던 일기들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마음 가는 일은 시간을 아끼지 않기에 한 편의 글을 써내려 가는데 애정이 실렸다. 물론 실패가 두려웠기에 더욱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결국 '작가'라는 명함을 달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그 어떤 두려움 보다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긴, 돌이켜보면 항상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는 진심이었다. 

 대학교 때도 억지로 들었던 전공수업은 출석체크할 때만 제정신이고 한참을 자기 바빴지만, 관심 있어 줄 서서 수강신청 했던 심리학 교양 수업은 예습 복습까지 해가며 들었다. 그리고 방학 때 다들 토익공부한다고 정신없이 학원 가는 것을 뒤로 한채, 영상 편집에 꽂혀서는 밤을 지새우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겼다.

사실 오기가 있는 놈이 아니라 좋아하니까 그랬던 거다. 글쓰기를.



 이 메시지를 받고서 단 2편의 글을 올리고서는 멈춰서 있다. 시간 여유를 핑계 댈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막상 그토록 원하던 타이틀을 달고 나니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부담감이 커졌다. 어렵게 합격한 만큼 격에 맞는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일까. 

 아무렴 어떨까. 그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유희와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부담감도 충분히 감내할 만할 것 같다. 벌써 지루한 5수 도전을 통해 합격도 이끌어 내지 않았나. 


 좋아한다면 이 모든 과정을 그냥 즐기자. 난 그만한 사람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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