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있잖아요, 진짜 별로인 거 같지 않나요? 답답해 죽겠어요.”
“맞아, 그 사람 일하는 거 보면 답답하긴 해.”
여느 때처럼 일하다가 회사 후배와 카톡으로 소위 말하는 ‘뒷담’을 했다. 실은 누군가의 흉을 보는 게 맘이 편하진 않다. 혹여나 상대방이 내가 험담을 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분노에 찰 것인지, 나에게 같은 악담을 퍼부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여전히 누군가의 흉을 보고 있다.
“B는 어때요? 전 솔직히 일 안 하는 거 같아서 꼴 보기 싫어요.”
B는 나의 동기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입사 초부터 가깝게 지내다 보니 흉을 듣는 것이 거북할 수밖에 없었다.
“좀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애써 둘러대며 넘어가고 싶었다.
“일은 안 하는데 B만 연봉 더 올랐잖아요. 선배가 꿀리는 것도 없는데.”
사실이었다. 같은 고과를 받았지만 어떤 연유에서 인지 B는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았다.
“그렇긴 하지… 나도 한 해 열심히 하고 성과가 없던 것도 아닌데… 그렇지만…”
혼란스러웠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함께 B에 대해 욕하고 헐뜯자고 하지만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왜? 내가 험담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 그랬다.
“느림보 씨,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어제 본부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느림보 씨 예전이랑 너무 달라진 거 같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그래서 어쩌면 요즘에 대하는 태도가 조금 까칠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있죠, 그 사람 원래 이상한 사람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느림보 씨 잘하고 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나름 잘 보여서 본부장님께 칭찬도 받았었는데 뒤에서는 날 욕하다니. 그 사람이 이상해서라는 선배의 말은 사실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가 ‘뒷담’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속이 상했다.
“그렇지만, 그 녀석도 좋은 성과 많이 냈었고 그래, 아마 작년에 B 덕분에 우리 팀 포상금도 받았었잖아. 그런 거 생각하면 더 높게 칠 만하지. 뭐 누구의 잘못이 있겠냐 그냥 회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자!”
결국 마지막은 사람이 아닌 회사로 화살을 돌렸다. 차라리 감정 없는 회사가 낫다고 생각한 걸까.
뒤에서 말한다는 것이 비겁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