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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Apr 25. 2023

지금까지 충분히 고마웠어, 나.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꼬박 다 되어 간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그저 '취준생'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냥 좋았다. 목표하던 회사, 직장, 직업 따위는 사치라 여기고 그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였다. 그만큼 자존감은 낮아져 있었다.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시 당 할 것만 같았다. 실제 뒤에 앉은 대리와 나이 차이가 1살밖에 나지 않아 뭘 했기에 이렇게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대충 얼버무린 만큼 여타 신입사원들 보다 배로는 노력해야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전공도 아니었던 안전관리라는 직종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했고, 더군다나 사수는 이미 퇴사하고 없었기에 기댈 수 있던 것은 인터넷에서 알음알음 검색하거나 컴퓨터에 남아있던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서 뒤지는 수밖에 없었다.


 반년 동안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가 없었다. 여름에 입사하고서 이제야 출근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첫눈이 내리고도 훨씬 지난 후였다.


 새해를 맞이하고서는 더욱더 바빠졌다.

조직 개편이 되고서 새로운 팀으로 편제되었고, 또다시 처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껏 적응한 반년이 한순간에 리셋되는 느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장밋빛 인생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생활에 대한 반감,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나의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지금에 와서는 소위 '조용한 사직'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쩌면 이 회사 조직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멀쩡히 다니고 있는 사람들까지 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니까 말이다.


 그만둔다면 그냥 내가 지쳐버린 거라고 결론짓고 싶다. 그게 맘 편하니까.


다만 스스로 여기까지 버텨온 것에 미련하면서도 고맙다고 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선택으로 살아갈 내가 무척이나 실망할 테니.







#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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