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녘에 오른쪽 머리에 누군가 해머로 찍은 것만 같은 충격이 가해진다. 정신이 없다. 이리저리 뒤척이지만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오른쪽 눈엔 눈물이 고일만큼 고통스럽다.
오전 6시 30분. 온몸을 비틀다 지쳐 나도 모르게 잠든 것인지 알람소리에 흠칫 놀라 깬다. 다행히 아픈 감각은 없다. 말짱하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서히,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방금 수술에서 깨어나 병동을 걷는 재활 환자 마냥 방을 나선다. 살짝 뒷목이 서늘한 느낌이 들지만 이내 사라지고 평온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일 전에 *"백(百) 각(覺)이 불(不)여(如)일(一)당(當)"이라고 했던가. 겪고 나니 깨닫게 되었다. 아프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음을.
*백(百)각(覺)이 불(不)여(如)일(一)당(當): 백 번 생각해 보았자, 한번 당해 본 것 만 못하다.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생각해 본다. 고통 속에서 벗어나 한 글자 씩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제도 그제도 썼던 글이었지만, 그건 단순히 쓰이는 시간이 아니었다.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값진 기회. 비단 글쓰기뿐만이 아니겠지. 나의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부터 눈빛을 교환하는 것 마저 마땅한 조건 하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내일도 아니, 단 몇 초 후에도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더욱이 지금 여기에서 온전한 시간을 보냄에 감사를 표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