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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Apr 27. 2023

추억 보정



 한자리에서 큰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워 본 적이 있다.
때는 혼자서 자취를 할 때였다. 그것도 저 먼 외국 땅 캐나다에서.

 당시에 하던 일이 식당 한편에서 온갖 식기를 씻고 닦는 일을 했었는데 여름이고 겨울이고 상관없이 열기로 가득 찬 주방에서 나오면 땀범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에너지는 지쳐 쓰러질 만큼 고갈되고 만다. 더군다나 시간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으니 잠까지 오고 말이다.

 그렇게 작은 나만의 방으로 돌아오면 다만 30분 만이라도 보상받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중에 하나가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어보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한국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벤엔제리스’라는 아이스크림이 살던 동네 마트에 있었다. 듣기로 엄청나게 달고 자극적이라 중독성이 대단하다고 했다. 실은 아이스크림에 꽤나 진심인 편이라 종류별로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마구 사서 냉장고에 쟁여뒀던 기억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노곤한 상태로 책상 위에 두 주먹을 합친 크기의 아이스크림 한통을 떡 하니 놓고 바라보면 지친 기색은 없어지고 어떤 맛일까 기대만이 남아있게 된다.

 소문과 마찬가지로 한 스푼 떠먹자마자 입안에 도는 달달한 맛은 바닥을 보이는 에너지를 순식간에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야심한 밤, 아무런 말도 없이 퍼먹던 아이스크림은 내게 분명한 행복이었다.

 그때 기억이 그리워서였을까. 최근에 편의점에서 같은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 적이 있었다. 포장을 뜯고 입안으로 스푼을 넣기 전까지는 정말 캐나다였다.
 하지만, 혀 끝에 차가운 덩어리가 닿였을 때 퍼뜩 정신이 차려졌고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졌을 때 아름답다'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차라리 참았다가 언젠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을 때 먹어볼 걸 하는 아쉬움만이 입안 가득 맴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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