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눈을 비벼댔지만 코앞의 회전의자는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사실 회전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10년 넘게 써 왔기 때문이다.
그저 뭔가 있다고만 짐작할 수준이었다.
잠시 생각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
아무런 문제없던 어젯밤을 그려보았다.
... 부엌에서 물 한 컵을 마신 뒤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열리는 문틈 사이로 하늘색 얇은 여름 이불이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인 뒤 오른쪽 머리맡을 손으로 주섬 거렸다.
차갑지만 익숙한 감각. 스마트폰을 얼굴 앞으로 가져와 날씨 어플을 켰다.
- 대체로 흐림.
짧은 한숨과 함께 걷혀 있던 이불을 덮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앞은 보이지 않았다.
자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꿈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잠들었는데.
다시금 눈을 비벼보지만 컴컴한 방안에 각기 다른 도형들만 즐비할 뿐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 오늘 흐리다고 했잖아. 어두워서 그런 걸까?'
손톱만 한 전등 스위치가 벽면에 붙어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단번에 찾아냈다.
순간 앞이 밝아지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앞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제 슬슬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엿같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난 잘 살고 있었는데.
나름 괜찮은 직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지내며,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어떻게 생겼었지. 정말 바보 같지만 그랬다.
어느 샌지는 모르겠지만 왼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켜고서 앨범을 찾아보려고 했다.
손 위에 있는 돌멩이 하나가 파란색, 빨간색 불빛을 바꾸며 빛날 뿐이었다.
그 순간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먹은 것 하나 없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구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진정하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았다.
'정신 차려. 이건 꿈이야. 자 이제 셋을 세고 눈을 뜨면 다시 침대에서 시작하는 거야. 하나... 둘... 셋...!'
살며시 실눈을 뜨며 보이는 것은 아쉽게도 천장은 아닌 것 같았다.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방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아직 가족들은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얼굴이라고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물로 물을 끼얹으면 정신이 들지 않을까 했다.
세면대 앞에 서서 물을 틀었다.
그리고 눈앞에 걸린 거울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큭..."
꼴이 너무 우스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제는 제 얼굴도 못 알아본다니.
거울에 비친 모습은 타다만 촛대처럼 피부가 흘러내리는 듯했다.
다시 주워 담듯이 손으로 양 볼을 위로 쓸어 올려 보았다.
이상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낯선 촉감이었다.
단순히 까칠한 것을 넘어서 가뭄 든 논두렁 마냥 바스러질 것 같은 피부결이었다.
그리고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늘어진 가죽이 손가락 끝에 닿였다.
보이진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날 불렀다. 그런데 난생처음 들어본 호칭으로.
"... 어, 아버님. 벌써 일어나셨어요?
아 참, 안경 있잖아요. 매번 어디두셨는지 까먹으신 거 같아서 잘 보이는 식탁에 올려뒀어요."
차라리 영원히 눈을 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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