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by 느림보



출저 : 글로성장연구소 카페


"오른쪽 위에 2개... 왼쪽 밑에 1개. 충치가 많네요. 또래 아이들보다 관리가 많이 안되어 있어요."


너무 미안했다. 없는 돈 버느라고 신경 못 쓴 내 탓이었다.


"다음 주에도 꼭 오셔야 합니다. 더 이상 방치해 두시면 아이가 힘들 겁니다."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으나, 너무 부끄러웠다. 아니 실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죄스러웠다.

병원 로비에는 함께 온 생활지도사 분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아까 의사선생님 이야기 들으셨죠? 비용은 걱정 안 하셔도 되니까 꼭 아이랑 같이 오셔야 해요. 시간이 정 안되면 제가 대신 같이 가드릴게요. 그래도 되죠?"


"... 아, 아닙니다. 제가 꼭 데리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퇴근하면 병원 문 닫는 시간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슨 고집이었을까. 더 이상 얽히는 것이 눈치가 보였으리라. 그렇게 되지도 않은 마지막 자존심을 내세우며 아이 손을 잡은 채 병원 문을 박차고 나왔다.


너무 힘들었다. 환갑이 넘을 때까지 자식 놈을 두 번 키우게 되리라 누가 감히 생각해 봤을까. 아들놈은 핏덩이 같은 이 아이를 내팽개치고서 10년 전에 사라졌다. 며늘아기는 그 보다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냥 내 업보다 생각하고 다 짊어졌다. 허나, 그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나에게가 아니라 우리 '승리'에게.


차라리 먹여 살리는 건 이 한 몸 팔아서라도 하면 됐었다. 그러나 없는 부모를 돌려내는 건 할 수 없었다. 꿈속을 헤매다 엄마를 부르는 승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치과 치료에 겁이 났던지 울먹이던 찰나, 길고 뾰족한 송곳 같은 기계에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목놓아 부르던 엄마. 그곳에 날 찾는 소리는 없었다. 결국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게 아닌데. 그럴수록 돈이라도 부족함 없이 벌어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불러주는 곳은 줄어들었고 점점 지쳐만 갔었다.


터벅터벅 걸어서 나온 병원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게 갓 나온 국화빵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걸음을 멈춘 아이.


"할머니 좋아하는 국화빵이다!"


순간, 울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미안했다. 이 작은 녀석은 언제나 날 생각하고 있는데 어째서 난 옆에 있을 자격도 없다고 단정지은 걸까 하는. 그런 생각.


여전히 내가 없으면 안 되는데.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손을 잡고 노점으로 향하는 길에 한껏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맞아,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야. 그리고 우리 승리랑 같이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빵이고. 오늘 멋있게 치과 잘 다녀왔으니 요고 맛있게 같이 먹자!"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없던 걸까. 내 얼굴을 바라보던 아이도 덩달아 울었다.


궁상맞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와 큰길 한복판에서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그렇지만 행복했다.






*조손가정의 어려움에 대한 뉴스를 보고서 써본 소설입니다.

모두 행복하기를.




#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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