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새치가 눈에 띄었다. 전부터 신경 쓰였다. 듣기로 고등학교 때부터 새치가 듬성듬성 났었다고 했었고 서른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신경 쓰는 걸 포기했다. 그래서 손수 뽑아준다고 해도 손사래 치며 한마디 던지는 그이다.
"어차피 다시 자라는 걸. 괜찮아."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여전히 신경 쓰이는 걸. 옆집 아저씨라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좀 더 말끔하고 멋졌으면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더 나아진다면 그 보다 더 가슴 벅찰 순 없을 거다. (물론 지금도 이미 충분하지만 말이다.) 안다. 이 모든 게 나의 욕심이라는 거. 그래도... 그가 나 때문에 웃을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이거, 싸게 할인해서 하나 사봤는데 한 번 해볼래?"
기어코 염색약을 하나 샀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그에게 물었고 그는 답했다.
"그래, 해보지 뭐."
야호! 솔직히 거절할까 봐 걱정이었다. 혹여나 성가시다고 굳이 이런 거까지 하냐고 할까 봐. 그래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해주고 싶어서 서둘러 준비했다. 대충 제품 설명서를 눈으로 훑고는 염색약과 빗 그리고 몸에 두를 비닐을 그가 앉은 의자로 들고 왔다. 그때 그가 물었다.
"혹시 염색해 본 적 있어?"
사실 없었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긴 했다. 하지만 변한 모습에 환하게 웃어 울 그의 모습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근데 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요~"
말이 영 시원찮았는 걸까. 걱정 어린 그의 눈빛을 봐버렸다.
그리고 새치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의 말과 다르게 이것저것 말을 보태었다.
"그... 내가 혼자서 염색해 봐서 아는데, 중간중간에 약 묻으면 바로 닦아줘야 하고, 너무 오래 놔두면 시커멓게 되니까... 그리고 새치 많은 곳에 집중해서 발라주고..."
어지간히 걱정되었나 싶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정말 열심히 했다. 잘하지는 못해도.
"와! 정말 회춘했네 회춘했어! 어때? 잘 나왔지?"
기대 어린 말로 그에게 말했다. 내 눈에는 정말 잘 된 거 같은데... 너도 그렇다고 제발 말해!
"... 응!"
거울을 본 그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바랬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에게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와락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