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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Jul 31. 2023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별별챌린지 8일 차

*첫 줄 던져주기 : 제시된 첫 줄 뒤로 나만의 글을 완성하기

오늘도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새치가 눈에 띄었다. 전부터 신경 쓰였다. 듣기로 고등학교 때부터 새치가 듬성듬성 났었다고 했었고 서른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신경 쓰는 걸 포기했다. 그래서 손수 뽑아준다고 해도 손사래 치며 한마디 던지는 그이다.


 "어차피 다시 자라는 걸. 괜찮아."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여전히 신경 쓰이는 걸. 옆집 아저씨라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좀 더 말끔하고 멋졌으면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더 나아진다면 그 보다 더 가슴 벅찰 순 없을 거다. (물론 지금도 이미 충분하지만 말이다.) 안다. 이 모든 게 나의 욕심이라는 거. 그래도... 그가 나 때문에 웃을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이거, 싸게 할인해서 하나 사봤는데 한 번 해볼래?"


기어코 염색약을 하나 샀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그에게 물었고 그는 답했다.


 "그래, 해보지 뭐."


야호! 솔직히 거절할까 봐 걱정이었다. 혹여나 성가시다고 굳이 이런 거까지 하냐고 할까 봐. 그래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해주고 싶어서 서둘러 준비했다. 대충 제품 설명서를 눈으로 훑고는 염색약과 빗 그리고 몸에 두를 비닐을 그가 앉은 의자로 들고 왔다. 그때 그가 물었다.

 

 "혹시 염색해 본 적 있어?"


사실 없었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긴 했다. 하지만 변한 모습에 환하게 웃어 울 그의 모습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근데 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요~"


말이 영 시원찮았는 걸까. 걱정 어린 그의 눈빛을 봐버렸다.

그리고 새치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의 말과 다르게 이것저것 말을 보태었다.


 "그... 내가 혼자서 염색해 봐서 아는데, 중간중간에 약 묻으면 바로 닦아줘야 하고, 너무 오래 놔두면 시커멓게 되니까... 그리고 새치 많은 곳에 집중해서 발라주고..."


어지간히 걱정되었나 싶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정말 열심히 했다. 잘하지는 못해도.


"와! 정말 회춘했네 회춘했어! 어때? 잘 나왔지?"


기대 어린 말로 그에게 말했다. 내 눈에는 정말 잘 된 거 같은데... 너도 그렇다고 제발 말해!


"... 응!"


거울을 본 그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바랬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에게 나도 모르게 소리치며 와락 안겼다.


"더 멋져진 거야! 이뻐!"


그 순간 나의 등 뒤를 지그시 안아주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저 행복했다.


적어도 오늘은 이 걸로 괜찮은 하루가 된 것 같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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