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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Aug 16. 2023

나의 취미는.

별별챌린지 24일 차

 얼마나 자주 해야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얼마만큼 좋아해야 취미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1년에 1번 할까 말까 하고,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다가 반짝하는 그 순간에만 정신이 나가버리는. 그런 취미 아니, '흥밋거리'가 있다.


-Musical


 처음은 한국에서 마지막을 보내던 날이었다.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여겼던 걸까. 근사한 하루로 채우고 싶어 여자친구의 권유로 '지킬 앤 하이드'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보게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 뮤지컬은 우스꽝스러운 연극정도로 생각했다. 뭐랄까 특유의 과장된 억양과 제스처, 그리고 억지로 박자에 구겨 넣은 듯 한 노래가사들이 거북할 거라 생각만 해왔었다. 보는 그날까지도. 하지만 무대를 뒤로 걸어 나왔을 때는 귓가에 루시역으로 나왔던 다이애나 디가모의 'A new life'가 맴돌았다. 충격이었다. 상상했던 건 모조리 부서졌다. 거북한 게 아니라 '거룩'했다. 공연장 내내 가슴을 울리던 배우들의 노래와 표정은 잊을 수 없었다. 푹 빠져버린 것이다.


 이후로 내 집 드나들듯이 공연장을 순회하고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는 뮤지컬 곡들로 가득했을까. 아니, 1년 넘게 뮤지컬 공연장 앞에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냥 잊어지나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여자친구와 생각한 버킷리스트 중 뮤지컬은 항상 손가락 안에 꼽혔으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이게 기회를 노릴 정도로 하기 어려운 걸까. 정말 마음에 든다면 영화관 가듯이 오늘 보고 내일 또 봐도 되는 거 아닌가. 아쉽게도 그 정도로 가격과 시간이 여유롭지 못하다. 무대와 배우 얼굴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R석에서 본다고 쳤을 때 기본 10만 원부터 시작하다 보니 사회 초년생인 내겐 조금은 큰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 기대가 커지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든 관람이 만족스러웠다는 것.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제까지 세 번이 끝이었다. 그리고 그 흔한 굿즈하나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애걔 이게 취미야?"라고 할 수도 있을 횟수와 투자이긴 하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진심'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적어도 보는 내내 뮤지컬 넘버에 맞춰 울고 웃으며 그 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곧장 공연장으로 달려가려고 한다.

이 정도면 그냥 '취미'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몰라, 그냥 그렇다고 치자. 얼른 글 마무리하고 어제 봤던 뮤지컬 '시카고'의 'All that jazz'나 다시 들어야 하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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