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말을 언제 해봤나 싶다. 물론, 그만큼 계획적으로 살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하는 말이다.
20대 초반에는 하루가 언제 지나갔는지 몰랐다. 대학교 학과 수업을 오전에라도 마치는 날이면 오후부터 진짜 일과가 시작되었다. 당시 삶의 모토가 "최대한 하자"였다. 말 그대로 뭐든. 봉사 동아리에 빠져 있었고 공강시간에 맞춰 봉사활동을 나갔다. 주말같이 통으로 하루가 비는 날이면 아침부터 시작이었다. INFP로 극 내향형인데 당시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먼저 나서서 뒤풀이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었지. 그리고 지금은 입에도 대지 않는 술을 마구 마셨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기 빨려서'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 당시에는 즐거웠다.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xx서포터스, 영어스터디, 학술동아리 등등 일주일, 일 년을 꽉꽉 채워서 살았다.
이제는 아침에 출근을 해서 화장실에 홀로 서 있으면 문득 '오늘도 하루 버티자'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을 채워가는 게 아닌 텅 빈 채로 내버려 두는 느낌. 결국 가볍다 보니 쉽게 흘러가버린다. 제일 심할 때가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인 거 같다. 얼른 다시 주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솔직히 직장인이라면 다 똑같은 게 아닐까 하지만 이미 흘러가버린 어제의 나를 바라보는 게 힘든 것을 넘어 두렵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오늘의 날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다시 한번 채워보고자 함일지도 모르겠다. 나름 치열하게 쌓아 올리던 예전의 모습은 되찾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은 공허히 메아리치는 텅 빈 나를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