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챌린지 31일 차
마늘향이 짙게 나는 갈비찜을 여자친구와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마늘은 말이지, 음식 감칠맛을 주는데 최고인 거 같아. 특히, 라면 같은데 위에 얹어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참, 아버지가 라면 끓여주시면 딱 그렇게 마구 넣어서 해주셨거든. 콩나물도 넣고 땡초도 넣고 마늘도 듬뿍.
아버지가 음식은 또 하시면 잘해."
마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의외의 아버지 칭찬으로 끝났었다. 정말 그랬다. 어머니가 직접 끓여준 라면을 먹어본 기억이 더 많긴 하지만 아버지의 라면과는 비 할 바가 못되었다. 물론, 이것저것 다 넣으시다 보니 맛이 안 좋으래야 안 좋을 수 없겠지만. 그래서 라면을 끓여주시는 아버지는 기대가 되었었다. 아니 정확히는 라면이지. 이렇게까지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면 아버지라는 존재는 과연 나에게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라면의 맛에도 이길 수 없는 그러한 사람인가.
예전에는 분명 두렵고 싫고 마주하기 불편한 상대였던 것 같다. 약주을 거나하게 하고 오신 날에는 방문을 닫고 이불속에 숨어 '제발 들어오지 마라.'라고 마음속 주문을 외쳤다. 하지만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아버지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연민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군생활 중 우연찮게 김정현 작가의 소설 '아버지'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가족을 뒤로한 쓸쓸한 모습. 아무도 오지 않는 사무실 구석에 박혀 단숨에 끝까지 읽어가며 그렇게 울었던 것 같다. 사실 죽을 만큼 아프고 정신없을 때 무의식 중에 나오는 소리는 '엄마'이지만 소설 속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에 나의 아버지가 투영되어일까. 아니면 나 또한 그 아버지가 되면 같은 절망에 빠질 거라는 생각이었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났었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 '효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이후로부터 서서히 아버지를 마주할 때 '두려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분명 나이나 세월의 탓도 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두려움은 이제 없어짐과 동시에 사회의 풍파에 못 이겨 일그러져 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한 거라 짐짓 결론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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