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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Aug 25. 2023

사회초년생의 철없는 고민

별별챌린지 33일 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뭐가 죄송해야만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죄송해야 했다.


 한 회사의 안전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안전이라는 단어에 얽히는 일은 모두 나로 통한다. 굉장히 대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무게가 지워지는 거다.


 오늘도 그 일환으로 관공서에서 점검이 나왔을 때 대응하는 건 오롯이 내 몫이다. 그 일 하라고 돈 받는 건 안다. 아니라고 해도 사장이 그런 자리라고 뽑은 거라면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회사를 대표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여겨질 수도 있으니 오히려 좋을지도.

 

 "이거 법에 어긋나는 거 아시죠? 그리고 이렇게 전부 형식적으로 하시면 되겠습니까?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말이 된다고 생각됩니까?"


 좋은 일 따윈 없었다. 그저 묵묵히 들으면서, 동시에 뭔가를 받아 적는 척하며, 최대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통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굽힌 채 서있을 뿐.


 내가 뭔가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범법행위에 가까웠기에 충분히 고개 숙여야 한다. 그 사이에 서 있는 느낌은 굉장히 혼란스럽다. 거듭되는 사죄의 말에 사실 죄가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닐까 착각까지 든다. 아니,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결국 회사를 욕보이는 거라고 차라리 혼자 결론짓기도 했다.


 아직까지 사회의 때가 덜 묻은 것일까. 버겁고, 두렵고, 실은 역겹기까지 하다. 온전히 나로서 보이는 건 어려운 걸까.


 '... 그래. 어쨌든 넘겼잖아. 그걸로 된 거야.'


 그렇게 사회초년생의 철없는 고민을 뒤로한 채로 침대에 몸을 던져본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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