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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산맥과 사막, 바다와 강이 만든 제국과 전쟁의 대륙

by 김장렬
아시아지도.png 아시아 지리

아시아는 거대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그 안에 담긴 풍경과 민족, 문명은 끝없이 다양하다. 유럽이 작은 공간 속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서로 부딪히며 전쟁과 평화를 반복했다면, 아시아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곳의 전쟁은 더 넓은 땅 위에서, 더 오랜 세월 동안, 더 많은 사람을 삼켜왔다. 산맥과 사막, 강과 바다, 기후와 평야가 제국의 흥망을 만들었고, 종교와 민족, 자원의 풍요와 결핍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아시아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인류 문명의 절반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동시에 오늘날 세계 질서의 뿌리를 짚어보는 일이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대륙으로, 면적은 44,579,000㎢이다. 아프리카와 수에즈운하를 경계로 만난다. 유럽의 경계는 다르다넬스 해협, 마르마라 해, 보스포루스 해협, 흑해, 코카서스, 카스피해, 우랄강, 그리고 우랄산맥과 노바야제믈랴 제도까지를 경계로 한다. 그리고 아메리카와는 베링해협을 경계로 한다. 아시아의 세부 지역을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나열하면 북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가 있다.

아시아지역구분.png 아시아 지역 구분

아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품고 있으며 총 48개국이 독립국으로서 존재한다. 인도양에서 시베리아의 툰드라까지,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아라비아 사막의 모래바람까지, 끝없는 대조가 이 땅을 채운다. 그래서 이 대륙은 언제나 거대한 무대였다. 전쟁은 단순히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니라, 대륙 전체의 균형을 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평화 또한 단순한 안정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폭풍 전의 고요처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덧없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시아의 해안선은 길고 복잡하다. 동쪽으로는 태평양이, 남쪽으로는 인도양이, 서쪽으로는 지중해와 접하며 대륙을 둘러싼다. 이 해안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라 제국이 탄생하고 몰락한 공간이었다. 일본은 섬나라의 지리 덕에 외세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양 제국을 꿈꾸었다.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수천 개의 섬과 항로가 얽혀 고대부터 무역과 군사 충돌의 길목이 되었으며, 인도양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무역로로서 수많은 함대와 상인이 오갔다.

아시아바다.png 아시아가 접한 바다

임진왜란은 바다의 의미를 보여준 전쟁이었다. 일본은 조선을 넘어 중국 대륙으로 향하려 했으나, 바다에서의 보급과 제해권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다. 태평양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한때 해양 제국의 꿈을 이뤘으나,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하면서 그 꿈은 무너졌다. 바다는 단순히 길이 아니었다. 바다를 지배하지 못하면 제국도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바다확장.png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해양 확장

아시아의 내륙은 거대한 산맥과 사막이 길을 막고 제국을 갈라놓았다.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인도와 중국을 분리하는 거대한 방벽이었다.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은 초원과 오아시스 문명을 나누며 실크로드의 길을 만들었고, 카프카스와 파미르 고원은 서로 다른 제국을 갈라놓으면서도 교역의 통로로 작용했다.

아시아산맥지도.png 아시아의 주요 산맥

몽골 제국은 이 방벽들을 뛰어넘은 예외였다. 초원의 기동력이 산맥과 사막을 넘어 유라시아를 지배했다. 말 위의 전사들은 끝없는 평원과 사막을 달리며 제국을 세웠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달랐다. 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군하며 인도까지 이르렀지만, 히말라야의 거대한 벽과 인도의 강우기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자연은 인간의 야망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벽이었다.

몽골제국.png 몽골 제국의 영역

아시아의 강은 문명을 낳았다. 황하와 장강은 중국 문명의 발원지였고, 홍수와 비옥함이 동시에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인더스 강과 갠지스 강은 인도 문명의 뿌리가 되었으며, 종교와 제국은 이 강을 따라 번영했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낳았고, 그 곁에서 수많은 제국이 일어섰다.

강과 문명.png 아시아의 강과 문명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었다. 곡물을 운반하는 수송로였고, 군대를 이동시키는 병참로였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강과 운하를 장악하는 국가가 강국이 되는 시대였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볼가 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동부 전선의 생명선이었고, 그 강을 지배하는 쪽이 전쟁의 승리를 가져갔다. 아시아의 강과 평야, 호수는 문명의 터전이었지만, 동시에 전쟁의 피로 물든 무대이기도 했다.

볼가강 도하작전.png 스탈린그라드 전투 중 볼가 강을 건너 공격하는 소련군

평야는 넓었지만, 동시에 취약했다. 하늘을 가려줄 산맥이 없는 곳에서, 적의 항공기는 언제든 내륙 깊숙이 침투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 후반기 연합군은 한반도 산악의 지상 기동보다 좁고 열린 영공의 공중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중동의 사막 위 하늘은 누구의 전투기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지상 전투의 운명이 갈렸다.

한국전쟁 공중전.png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이 운용한 B-29기는 대당 최고 9000kg의 폭탄을 싣고 폭격

현대전에서 아시아의 하늘은 더 중요해졌다. 중국은 광대한 내륙과 산악을 활용해 방공망을 구축했고, 한반도는 여전히 공중전의 요충지로 남아 있다. 중동에서는 드론과 미사일이 새로운 전쟁의 무기가 되어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바다와 육지를 동시에 지배하게 되었다.


아시아는 외교의 교량이었다. 유럽과 아프리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길목에 놓여 있었기에 무역과 문화가 흘렀다. 그러나 그 교량의 위치 때문에 수많은 충돌도 이어졌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의 교차로였고, 제국들이 이 길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세력이 부딪히는 최전선이었으며, 중동은 종교와 석유, 지정학적 이해가 겹치며 끊임없는 갈등의 무대였다.

실크로드.png 동서양 문화와 외교의 통로 실크로드

아시아의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 히말라야는 여전히 높고, 고비 사막은 여전히 끝이 없다. 황하와 갠지스는 여전히 흐르고, 남중국해와 인도양은 여전히 분쟁의 바다다. 그러나 전쟁의 방식은 달라졌다. 기후 변화는 히말라야 빙하를 녹이고, 물 부족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도양은 해양 패권의 최전선으로 남을 것이다. 중동의 석유와 중앙아시아의 가스는 여전히 전쟁의 이유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드론과 사이버전, 인공지능 무기체계는 새로운 전장을 열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png 남중국해 4개 군도 영토분쟁 지역

아시아의 미래는 지리에 의해 제약되지만, 그 지리를 어떻게 준비하고 극복하느냐는 인간의 몫이다. 앞으로 아시아의 각 나라를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중국의 황하와 만리장성, 한반도의 금수강산, 일본의 섬과 바다, 몽골의 초원, 인도의 강과 히말라야, 중동의 사막과 강. 각각의 땅은 고유한 지리와 고유한 전쟁, 그리고 평화를 담고 있다.


유럽의 이야기를 마치고 아시아의 이야기로 넘어오는 것은 단순한 대륙의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 문명의 또 다른 절반을 바라보는 일이다.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 질서의 중심에서 요동치고 있으며, 그 땅과 바다, 강과 하늘은 앞으로도 수많은 이야기와 교훈을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여정을 따라가며 다시 확인할 것이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자만이 지켜낼 수 있다.”

아시아지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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