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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2. "대한민국"

산과 강, 바다와 바람이 피운 생명의 꽃

by 김장렬
대한민국 지리 (출처 : 금성출판사 사회과부도)

한반도는 작지만, 결코 작은 땅이 아니다.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이 땅은 사계절이 분명하고, 산과 강이 교차하며, 바다와 들이 서로 어깨를 맞댄다. 봄이면 남쪽의 진달래가 피고, 여름이면 동해의 안개가 산맥을 덮는다. 가을에는 평야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겨울이면 백두산의 눈이 대지를 덮는다. 이 땅의 자연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사람을 단련시키고, 민족의 혼을 빚어냈다.

한반도의 사계


북쪽의 산맥은 장엄하고, 남쪽의 바다는 부드럽다. 동쪽의 물결은 푸르르고, 서쪽의 평야는 넓고 온화하다.

그리하여 이 땅은 언제나 “작지만 세계를 품은 나라”였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늘 시련과 함께였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맞닿는 자리였다. 바람이 불면 전쟁이 일어났고, 전쟁이 지나가면 다시 꽃이 피었다.

여기의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도 웃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축복받았다. 동해는 깊고 맑으며, 그 바닥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춤춘다. 서해는 넓고 잔잔하여, 물이 빠질 때마다 갯벌이 드러나 생명을 낳는다. 남해는 수많은 섬으로 이어져 있어 천혜의 방어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교역의 길이었고, 동시에 침략의 길이었다.

한반도 바다의 지리적 가치 (출처 : https://dic.kumsung.co.kr/web/smart)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일본군은 부산 앞바다로 몰려왔다. 조선은 해군력에서 밀렸으나,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남해의 물길을 장악했다. 한산도와 명량해전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다의 지리를 아는 자가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날의 물살 위에는 조선의 지혜와 용기가 함께 흘렀다. 한민족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한산대첩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

350년이 흐른 뒤, 1950년 인천 앞바다에서도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서해의 조수 간만 차, 좁은 항로, 그리고 복잡한 해안선은 누구도 상륙을 예상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 바다를 타고 들어온 인천상륙작전은 전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한반도의 바다는 그때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리는 의지를 돕는 법이며, 준비된 자는 파도를 길로 만든다는 것을.

인천상륙작전 (출처 : https://www.gheadline.co.kr/news)

이 땅의 70%를 덮은 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는 금강산을 거쳐 태백산과 지리산까지 남으로 뻗는다. 그 산맥은 한민족의 척추이자 숨결이었다. 산은 수많은 침략을 막아냈고, 때로는 싸움의 무대가 되었다.

한반도 산맥 (출처 : https://wiki1.kr/index.php)

고구려는 험준한 압록강의 강남, 적유령, 묘향 산맥지대를 방패로 삼아 수나라와 당나라의 대군을 막았다. 신라는 태백산맥의 능선을 따라 북진하며 한반도를 통일했다. 그리고 조선은 백두대간을 경계 삼아 국토를 다스렸다. 산은 전쟁의 벽이었고, 동시에 생명의 길이었다. 그곳에 마을이 생기고, 논이 생기며, 사람들은 산의 정기를 품고 강인한 민족성을 길렀다. 이 땅의 사람들은 한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이유를 산에서 배웠다.

주요 산맥에 구축한 산성을 기반으로 고구려의 수나라 침공 격퇴 (출처 : https://www.kjbn.kr/news)

1950년 한국전쟁에서도 산은 군사작전의 생명선이었다. 백두대간을 따라 형성된 휴전선은 단순한 정치적 경계가 아니라, 산맥이 그은 자연의 선이었다. 산은 전쟁의 포화를 견디며 사람들을 지켜냈고, 지금도 남과 북을 가르는 듯하지만 동시에 같은 땅임을 말해주고 있다.

한반도의 휴전선 (출처 : https://namu.wiki/w)

한반도의 강들은 민족의 젖줄이자 역사의 길이었다. 북쪽에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중국 대륙이 이어진다. 이 강들은 고구려와 발해의 국경이 되었고, 외세가 침입해 온 길이기도 했다. 평양의 대동강은 고조선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서해로 흘러나가며 무역의 길을 열었다.

한반도의 강 (출처 : https://www.google.com/search)

남쪽으로 내려오면 한강이 있다. 한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나라의 심장이었다. 백제는 한강을 중심으로 번성했고, 고려와 조선은 이 강가에 수도를 세웠다. 그러나 1950년 6월, 북한군이 한강을 넘어 남하했을 때 서울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강이 열리면 수도가 열린다는 것을, 그 전쟁은 뼈아프게 가르쳐 주었다.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30분 한강 인도교 폭파 (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

낙동강은 전쟁의 마지막 보루였다. 1950년 가을,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을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았다. 포항과 대구를 지키기 위해 강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강이 무너지면 나라가 사라질 위기였다. 그러나 병사들은 강을 지켰고, 강은 그들을 지켜냈다. 낙동강 전투는 패배의 벼랑에서 기적을 만든, 지리와 인간의 의지가 하나가 된 전쟁이었다.

한국전쟁 낙동강 방어 (출처 : https://www.google.com/search)

금강은 남부의 젖줄이었고, 섬진강은 산과 바다를 잇는 생명의 통로였다. 이 강들은 나라의 뼈대를 이루며 농업과 문화를 키웠다. 그래서 강을 따라 도시가 세워지고, 문명이 흘러갔다. 한반도의 역사는 강이 쓴 역사였다.


하늘은 이제 또 다른 전장이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그기와 세이버 전투기가 압록강 상공에서 맞붙었다. 세계 최초의 제트기 공중전이었다. 그 하늘 아래에서 수많은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었다.

6.25 전쟁 중 북한지역 작전을 마치고 귀환한 미 해군 F4U 코르세어기가 항공모함 주위를 선회하는 모습 (출처 : 월드피스자유연합= 연합뉴스 자료 사진)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하늘을 지배할 힘을 가졌다. F-35 스텔스 전투기, FA-50 경공격기, 그리고 자국 기술로 개발한 KF-21 보라매는 더 이상 의존하는 공군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고 지휘하는 공군을 상징한다. KF-21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강의 기적을 하늘로 확장한 증거이며, 과거 폭격에 무너졌던 하늘을 되찾은 기술의 깃발이다. 한반도의 하늘은 이제 두려움이 아니라, 자부심의 공간이 되었다.

KF-21 보라매 (출처 : https://namu.wiki/w/KF-21)

외교는 늘 바람 위의 외줄 타기였다.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이 교차하는 자리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강대국이 이 땅을 지나갔다. 그러나 한반도는 결코 무릎 꿇지 않았다. 나라가 사라졌을 때도 사람들은 노래로, 글로, 그리고 마음으로 나라를 지켰다. 조선이 쇄국 속에서도 문화를 피워냈고, 식민지 시대에도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선 나라가 바로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단 한 번도 항복의 역사를 남기지 않았다. 전쟁에서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로 굳세어졌다. 외교는 어려웠지만, 언제나 당당했다. 작은 나라지만, 큰 나라와 대등하게 마주 섰고, 원칙을 지키며 신뢰를 쌓았다.

그것이 이 땅의 진정한 힘이었다.

한반도의 외교 상황 (출처 : https://www.ajunews.com/view)

현재의 한반도는 과거의 상처 위에 미래를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갖추었다. 과학과 기술이 무기가 되었고, 국방산업은 수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무인기, 인공지능 전투 시스템, 사이버 방어 기술 등 모두가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를 위한 무기들이다.

대한민국 군사력 (출처 : https://v.daum.net/v/UupkssZwxO)

북한 역시 그 나름의 전력을 유지하며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그들도 그 변화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이 땅의 남과 북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노래를 부를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백두에서 한라까지 흐르는 바람이 고통 속에서 자란 희망의 꽃잎을 피워낼 것이다.

한반도 통일의 꽃 (출처 : https://www.clipartkorea.co.kr/search)

한반도는 상처가 많은 땅이지만, 그 상처 위에서 꽃이 피었다. 산이 품은 강인함, 강이 키운 생명력, 바다가 준 용기, 그리고 하늘이 열어준 꿈이 한데 모여 이제 세계로 뻗어간다.


그것이 이 땅의 기상이다. 그리고 이 기상은 오늘도, 내일도, 바람처럼 흐를 것이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 꽃으로, 이제 세계를 향해 다시 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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