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s around... 完

by 박규동


김 부장과 준호는 잡동사니 더미에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리를 떨며 연기를 내뱉는 준호는 인내심이 바닥났다.


준호 : 왜 뱃사공이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는 거죠?

김 부장 : 우리 보고 계속 쓸모 있는 인간이 되라고 했지? 우리의 기능을 시험하는 거야. 우리가 어떤 기능을 가진 인간들인지 보려는 거지.

준호 : 기능이 없는 인간은요? 이런 어두운 곳에 박혀서 죽으라는 거예요?

김 부장 : 너 뱃사공한테 계속 끌려다니고 싶어? 너의 기능을 증명하기 위해서?

준호 :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요?

김 부장 : 좋은 생각은 아닌데, 생각은 있지.


김 부장의 확신대로 수평선의 위로 뱃사공의 배가 일렁이며 나타났다. 준호는 김 부장의 말대로 뱃사공이 돌아온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김 부장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점, 알아간다는 사실 또한 그를 불안하게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 있다는 거지.’


나은이 사라지기 전, 그녀 역시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다. 배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들을 향해 뻗는 노의 움직임에 준호는 숨이 막혔다.


준호 : 무슨 계획인지 정말 안 알려줄래요? 뭘 어떡하려고요?

김 부장 : 내가 제일 잘하는 거.


준호는 본인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나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까.’


배는 항구에 닿았다. 준호는 이제 배의 나무 냄새가 익숙했다. 이곳의 어둠이 어둡지 않았고, 바다의 침묵이 시끄럽지 않았다. 뱃사공은 김 부장과 준호를 향해 돌아 앉았다.


김 부장 : 다른 게임을 할 건가?

뱃사공 : 그래.

김 부장 : 나도 써먹을 기능이 있는 인간이란 걸 증명만 하면 되잖아?


김 부장은 배 위로 몸을 던졌다. 준호 역시 김 부장을 따라 배 위로 올랐다. 나은이 홀로 떠나갔다는 사실이 준호는 두려웠다. 항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검은 바다, 하늘의 별빛도 바닷물에 잠기고 있었다. 잔잔한 바다에 배는 흔들렸다. 뱃사공이 말을 꺼내려는 그 바로 순간, 김 부장은 뱃사공에게 돌진했다. 뱃사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외부의 힘으로 움직일 수 없도록 설계가 된 물체 같았다. 뱃사공은 노에서 손을 떼지도 않았다. 준호는 당황했다.

‘고작 이게 계획이라고?’


뱃사공의 붉은 천 안에서는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왔다.


뱃사공 : 쓸모없는 인간이 최악인 줄 알았지. 그보다 더 나쁜 게 있었네.


무력으로 뱃사공을 밀어내려는 김 부장은 다른 계획을 세운 듯했다. 그는 붉은 천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에 뱃사공은 불쾌한 듯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김 부장의 손목을 잡았다. 준호는 나은이 직접 노를 쥐고 이곳을 탈출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뱃사공이 김 부장의 손목을 으스러트리는 동안 준호는 노를 향해 몸을 던졌다. 뱃사공이 당황하여 고개를 돌린 찰나에 김 부장은 그의 붉은 천을 뜯어내었다. 그곳엔 얼굴과 온몸에 붕대를 감은 여자가 있었다. 뱃사공과 눈을 마주친 준호의 머리에 수만 가지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준호 : 예슬아.



찬 공기가 그들의 등골에 닿았다. 부러진 손목을 보고 헛웃음을 짓던 김 부장은 예슬을 바라보았다. 예슬은 준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멍하니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때를 노린 김 부장은 예슬을 안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에 혼자 남은 준호는 등을 할퀴는 추위로부터 노를 저었다.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은 바닷물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뒷목에 닿는 찬 바람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고 싶었다. 그는 나은이 떠나간 방향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강하게 저은 노에 어두운 바닷물이 얼굴에 튀기기도 했다. 아무리 빠르게 노를 저어도 수평선 위의 별엔 도저히 가까워지지 않았다. 자신을 쫓아오는 추위로부터 멀어지지도 못하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평생 별을 향해 노를 짓게 되겠구나.’


심연 같은 바다에서 올라온 얇은 손이 배의 끝을 잡았다. 배를 잡고 어두운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예슬은 배의 끝에 앉았다.


예슬 : 집에 가려고?

준호 : 응.

예슬 : 벌써?


준호는 노에서 손을 놓았다. 김 부장은 뱃사공의 놀이에 놀아나지 않았다. 김 부장은 자신이 선택한 놀이에 몸을 던졌다. 준호 역시 그만의 선택을 내릴 차례였다.


준호 : 무슨 게임을 하고 싶은데?

예슬 : 보물찾기.

준호 : 어디에서 무엇을 찾으면 되는데?


예슬은 준호에게 다가가 준호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예슬 : 이제 가서 찾아.



예슬은 준호를 어둠만이 가득한 바다로 던져냈다. 어둡고 따듯한, 기억이 가득 한 바다에 준호는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물에 잠긴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물 위에 뜰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그의 무게는 끝없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을까. 검은 바다로 추락하던 그는 또 다른 눈을 떴다. 물 위에 뜨는 것, 숨을 쉬는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보물을 찾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다. 게임의 목표는 어두운 바다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닌 보물을 찾는 것이다. 바다의 밑바닥엔 두 번째 기회가 있지 않을까.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놀이 시간은 끝나간다.





크리스마스. 준호는 13층의 방 안에서 눈을 떴다. 약물이 만든 호흡곤란인지, 준호는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준호는 물에 젖은 듯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 안의 침실을 확인했다. 침대에는 예슬이 아이처럼 잠들어 있었다. 준호는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너는 최악의 파티 호스트야.”


방 안의 친구들은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취해갔다. 아직도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그들에게 준호는 물었다.

“나은이는 어디 갔어?”

“아까 울면서 나갔어.”

“울면서 갔다고?”

“응. 많이 취했나 봐? 몰라.”


준호는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열쇠를 잡았다. 나은이가 노숙자에게 사자를 그려주고받은 열쇠. 그는 열쇠가 필요한 문을 알고 있다. 그는 방에서 나와 빠르게 계단으로 달려갔다. 차갑게 잠겨있던 문이 열리고, 준호는 옥상에 앉아 있는 친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친구의 손은 아직 따듯했다.


“이제 집에 가자.”



完.





감사합니다. 땡큐 모나미, 모나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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