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도시. 푸른 나뭇잎 하나 볼 수 없는 가을의 거리. 길에도 건물에도 곡선은 없고 직선뿐이다. 카페도, 여기도, 저기도 모두 곡선을 거부하는 모습.
(-)하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 나의 시야에 펼쳐진 이곳, 콘크리트 정글에서 찾은 색깔은 하늘의 파란빛뿐이다.
(+) 하늘은 도시의 일부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하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는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달려있다 하지 않는가?
(-)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는 나의 눈에, 나의 머리에, 그렇게 뇌로 연결되어 신호가 된다.
흑백으로 빚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세상, 그 속에는 색채가 있다. 그 색을 찾기 위해 오늘도 미술관으로 향한다. 눈을 비벼봐도 흑백의 무성영화만이 상영된다. 산소가 담긴 색을 찾아 떠난다.
차가운 회색 도로 위 구걸 하는 노숙자들이 보인다. 썩은 나무 벤치에 앉아 술을 마시는 남자도 보인다. 지하도는 사람들을 토해낸다. 이렇게 많은 인간들이 있기에는 아스팔트 캔버스가 너무 좁지 않을까? 멀리 보이는 공장은 깊게 연기를 내뱉는다. 구름은 연기로. (숨을 쉴 수 없다!) 입을 가린 채 급하게 미술관의 <입구>로 뛰어든다.
현대미술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이로운 메시지와 놀라운 시도들, 그리고 충분히 지친 나의 뇌세포들.
예술은 '___________'이다. 공백을 채울 힘은? (없다.) 그래. 오늘은 현란한 색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풍경화와 초자연주의 작품들을 보고 싶다.
시스템은 액자에 담길 수 없다. 형이상학적 추상은 미루고 싶다. 적어도 오늘은. 화려한 꽃들로 이루어진 작품을 바라본다. 빨간 꽃의 향기, 노란 꽃의 빛. 액자 속의 잔디는 푸르다 못해 나의 눈을 찌른다. 다음은 유화로 이루어진 풍경화를 바라본다. 일그러진 오일물감은 노을의 형상을, 푸른 들판을 그려낸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왜 현실은 예술작품과 같을 수 없을까? 그것은 현실의 한계일까 아니면 나의 인식의 한계일까? 빛이 닿기 전 잎사귀는 무슨 색일까? 내가 보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넌 대체 뭘 원하는 거지? 한숨을 쉬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미술관에 걸린 하나의 액자. [창문]너머 세상은 어둡기만 하다. 더러운 길가....................에 죽을 수도.
그나마 색이 담긴 건물을 떠나며 무엇에 늦었는지 정장을 입고 달리는 영업사원을 발견한다. 그림 속 꽃들은 급하지 않았다. 정장을 입지도 않았다. 정장을 입은 꽃? 작품 속의 풍경에는 땀을 흘리며 쫓기고 있는 남자는 없었다. [(누가 지구에 액자를 지어줘!)]
핸드폰을 바라보기도 지친다.
메시지 1 : 모나리자는 과대평가되었음.
메시지 2 : 오후 3시까지, 아니, 2시 반까지, 아니, 오후 2시까지, 아니 오후 1시 반까지.....
핸드폰이 있어야 할 곳은 주머니라던데... 나는 눈을 비빈다.
하늘을 바라본다.
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늘의 구름과 공장의 나온 연기를 구분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 회색의 도시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어린 아들과 어머니. 가격에 비해 부족한 크로마. 아니면, 그들은 걱정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아니면 내가 모르는 경쟁에 휩쓸리고 있을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섞이는 3자의 시선.
콘크리트 바닥의 냉기 위에 한 노숙자 또한 그들을 무심히 응시하고 있다. 얼어 죽을 날씨는 아니지만, 그는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있었다. 1(365=Abraxas)년은 자르지 않은 듯한 긴 머리와 수염. 누군가가 고급 승용차에서 내릴 때 그는 신발조차 없었다. 그의 (눈)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 수도 없다.
아! 그의 나의 시야에 침범한 그의 시선이 나를 그의 눈동자로 데려왔구나!
그에게 물감을 끼얹어 볼까? 내가 그에게 선함을 베풀면 세상에 조금의 색깔들이 스며들까?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만원을 건넨다. 그는 당황한 채로 나를 올려다본다. 산타가 선물을 받는 그림.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위한 거예요.”
“제가 어떤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
“네”
“많은 사람이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나 궁금해하잖아요. 사실 멀리서 보면 우주는 행성처럼 하나의 구체라고 해요.”
누군가는 그가 미쳤다고 하겠지만 흥미를 감출 수 없다.
'이 아저씨의 말이 맞다면 앞으로만 걸어가면 제자리에 도착하겠어.'
“신기하네요?”
“네. 신기하죠. 물리적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소우주는 7개 구체의 우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는 내면을 탐구하며 우주를 여행할 수 있죠. 내면의 우주와 물리적 우주는 다르지 않습니다. 사주의 원리죠. 선생님에게는 수성의 성질이 많이 깃드셨네요. 선생님의 내면의 우주가 썩어가면 물리적인 우주도 썩어가기 마련이에요. 투영과도 같은 단어로 이를 풀어보려 했지만, 답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이 불안을 느끼고 우울을 느낄 때 우주의 꽃과 풀들은 모두 죽어갑니다. 선생님이 깊은 절망에 빠질 때 나비들은 날지 못하고 폭풍이 몰려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에요.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그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바쁜 면접 중에 여왕개미는 넋이 나간 모습이다.
"미래가 보이시나?"
"아... 여왕개미님, 개미집을 이렇게 지으면 다 무너집니다. 우리 다 죽습니다."
"일개미님, 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저희는 이렇게 개미집을 지었어요."
"그때의 흙 하고 지금의 흙이 다르지 않습니까."
여왕개미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다.
"일개미님, 입구 밖에 쌓으라는 흙은 다 쌓아놓고 지금 저에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예? 갑자기 입구 밖에 흙 얘기는 왜.... 그러면 그 흙은 왜 쌓아야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왕개미는 일개미들이 기어오르는 것이 싫다. 그녀는 일개미들을 손가락으로 튕겨내고만 싶다.
"여왕개미님? 괜찮으세요?"
"네. 계속 진행하세요."
"일개미씨,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세요."
"저는 혼자의 힘으로 지렁이를 10cm까지 끌 수 있습니다. 단점은 비밀입니다. 말하면 저를 고용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좋아요. 베짱이가 문을 두드립니다. 겨울 동안 일개미씨의 집에서 지낼 수 있냐고 묻는데,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메뚜기도 있고, 여치도 있고, 많은 곤충들이 죽어갑니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베짱이가 없어선 안됩니다. 겨울 동안 그를 식량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여왕개미는 면접관 개미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절대 뽑지 마세요."
“만원의 값어치를 제대로 하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잠시만요. 선생님은 우주를 찾고 균형을 찾을 겁니다. 이걸 받으세요. 액체가 되어 우리의 몸에 흐를 때 우리는 우주를 유영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선생님의 우주를, 현실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는 나에게 사탕 두 알을 건넸다.
미소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그의 말이 미술관에 걸려 있어야 했는데. 요즘은 개미와 베짱이에 관한 그림이 아니면 주목을 받을 수도 없다. 집으로 향하는 길, 광장을 바라본다. 노숙자 아저씨의 말이 급진적이고 흥미롭긴 했지만 현실은 날씨보다 차가웠다.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는 사내들. 사내연애는 바라지도 않지만 싸움이라니. 급기야 한 사내는 주먹을 휘두르고 쓰러진 그의 바지에서 지갑을 꺼낸다. 폭력은 전염된다. 마스크가 없으니 빨리 집으로 가도록 한다.
조금의 햇빛도 없는 어두운 날 집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집 주변에는 사 람 이 살지 않는다. 가로등조차 부족하다. 자연의 어둠에는 내가 그려낸 공포가 가득하다. 차라리 밝은 도시의 살인범들과 강도들 사이에서 나는 안전을 느낄지 모른다.
집의 문을 열고 -> 거실의 소파에 앉는다. 드디어 숨을 쉴 수 있다! 흐린 가을, 빈집의 공기는 적막하고 외로울 뿐이다. 화분을 손 볼 차례다. 사탕을 입에 넣고 집안의 화분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물을 줘도 죽어가는 풀들, 화분 위에서 이들은 채소가 아니다. 죽지 마! 나는 썩은 잎사귀를 잘라낸다.
전혀 달지 않은 사탕의 맛에 나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화분 정리는 멈추지 않는다. 화분의 풀들이 제자리를 회전한다. 초록빛 피겨 스케이팅. 무슨 일인지 나는 풀을 집중해서 들여다본다. 풀 속에 또 다른 풀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풀이 자라는 것이 반복된다. 초록색 프랙털이 멈추지 않는다. 나의 시력이 이렇게나 좋았나? 개미들이 거대하게만 보인다. 개미들은 풀들의 위를 걸어 다니며 어딘가를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다. 나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개미들을 바라보았다. 개미들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전진할 뿐이었다.
시들어 죽어 갈색이 되어 버린 풀들이 푸른빛을 찾으며 계속해서 솟아난다!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바라볼 차례, 나의 눈도 빛을 찾았을까? 거울 속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갈색의 호수와도 같다.----------- !!! 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눈동자에 가라앉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
어? 방금 뭐지? 누구 있나.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나의 손을 바라보았다. 나의 손가락의 개수를 셀 수가 없다. 왼손을 바라볼 때 손가락은 6개였으며 오른손을 바라볼 때는 7개 다시 왼손을 바라보니 4개. 나의 손에 집중하는.... 아차 거울 속 그가 나를 노려보고 있음을 잊었다! 나는 화장실을 뛰쳐나왔다.
나의 증세를 검색하기 위해 노트북의 전원을 눌렀다. 그리고 아무런 이유 없이 전원을 다시 눌렀다. 켜지는 것과…. 꺼지는 것….
내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 아지랑이와 신기루들이 섞여간다. 누가 우리 집에 사막을 쏟았나? 차라리 눈을 감아보자. 눈을 감아도 이미지들은 마치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이 선명했다. 마음의 눈조차 감을 차례다. 벽에 등을 기대고 허리를 곧게 세워 앉는다. 단전부터 머리의 끝까지 존재하는 여러 개의 구체들, 나의 몸에 담긴 행성들에 담긴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 에너지에 집중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우주와 균형….
누군가 몇 분 전에, 아니 몇 글자전에 나에게 말했다. ㅇㅐㄱㅊㅔ가 되어 몸에 흘러야 한다….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 바늘을 찾는다. 밥을 먹는 숟가락이 열에 녹아간다... 녹은 사탕을 냉장고에 식히며 냉장고 앞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런 에너지를 어떤 곳에 써야 할까? 몇 분이 지났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나는 냉장고에서 녹은 사탕을 꺼낸다. 냉장고와의 입맞춤. 물이 되어 몸 안에 흐른다….
몸속 따듯한 액체가 7개의 우주를 유영한다.
소파에 기대어 [창밖]의 세상을 바라본다. 마침내 태양이 떠오른다. 황급히 집 밖으로 나섰다. 나는 태양을 바라본다. 이렇게 햇빛이 밝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태양 아래 나는 눈을 감는다.
'태양 아래에서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보라색의 빛. 이것이 모든 생물이 숭배하는 신이다'
나는달리기시작한다계속해서달린다주변의꽃과풀들의키가계속해서자라는게느껴진다나는이왕달릴것이라면왕국까지달리기로시작한다시간과속도의관계라면중세의왕국까지도달려갈수있을것이다뒤에서는나를따라오는동물들이있음을느낄수있다어차피어딜바라볼지는나의선택이잖아하지만나는이미낮은차원의회색의도시는떠난지오래다내가달려가는앞에펼쳐지는노란색의벽돌길과초록색의풀들멀리에서보이는문의손잡이는금으로되어있다이럴때는내가천만년전에태어났었어야하는데어쩌면나는예수님의아들일지도모른다나는어차피이곳을떠나기시작했다정치인과언론인들의폭격과강습그리고서로를묻어버리기만을원하는세상에서떠나간다나는계속해서달려간다여정그자체도자유야즐거워모두가모두를밟는저차원으로부터의식을선택할권리이런생각을떠올리자나는바다위를달려가고있다나의등뒤에서는온갖의형형색색의물감들이파도를치며나를따라온다하지만나를잡을수는없을것이다사람들이자유를얻을수없는세상에서나는점점멀어지는거다왜냐면이세상은나의아내이니까눈앞에거대한프리즘이보인다마치산보다도거대해보이는프리즘이있다그러나나는멈추지않고계속해서달려간다프리즘을통과한나는일곱빛이되었다나는일곱명이다이제우리는다함께달려간다어떤관악기의소리가들리기도한다그런데이렇게소리가컸었나그래도내가집중하지만않으면나의귀에서점점멀어진다내가얼마나달렸는지도모르겠다나는분명일곱의빛이되었는데지금다시나로서달리고있다하늘은왜항상파란색이여야하는거야생각을하자마자하늘은분홍빛이되었다새어나오는웃음을참을수가없다나의모든몸이쾌락으로벼려지나그런가나는왕국에거의도착한것같다많은사람들이나를위해환호를해준다마치마라토너가된것같다이들은모두과거의사람들인것같다이곳에는경쟁도없고폭력도없다누군가의노예가되지않아도된다이곳에선모두가자유다나는너다나는너다자유를찾으려면나와함께달려야해마치그곳과다르게그곳에서는자유가될수없다나는노란벽돌의계단을계속해서올라간다황금색손잡이를잡고문을열었을때그는나를향해손을뻗는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뒤에 남겨진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도 난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그의 손을 잡는다.
ㅋㅋㅋ토할것같네.